어머니에게는 늙은 아들도 아들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들이 전화를 하면 날씨가 추우니 방을 따뜻하게 하고 자라고 아들 걱정하기 바쁩니다.
아들은 칠순을 넘긴 어머니로부터 되레 안부를 챙겨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면 나는 괜찮으니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살림 잘하라는 인사를 듣기 일쑤입니다.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딸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걱정하는 존재이고, 챙겨주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나이를 뛰어넘고 성별을 뛰어넘습니다. 점점 힘이 달린다고 해서 힘이 없는 존재는 아닙니다. 힘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세포의 건강함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모든 힘과 사랑은 초월적인 정신에서 나옵니다. 그 정신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사람일 때 가장 강해집니다. 그 정신은 또한 위에서 아래로 흐를 때 가장 강합니다. 아들딸이 아무리 지극하게 부모를 공경해도 부모가 아들딸을 사랑하는 크기를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인류학자도 `구명(究明)`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비의입니다. 그 비의를 확인하는 길은 간단합니다. 떨어져 사는 가족 누군가와 전화 통화만 해도 금방 증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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