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랫동안 절에 다니다가 10여 년 전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일절 점을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신랑 집에서 반대를 한다고 하니 기도의 힘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내 결혼 문제로 여러 곳에 가서 점을 보았고 궁합도 보았다. 그러고는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며 다시는 점집에 안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속상한걸 털어놓으면 그때마다 한번씩 가고는 다시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했다. 신부님은 너그럽게 다시는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면 엄마는 대답은 시원스럽게 `예` 해놓고, 내가 답답한 얘길 하면 또 점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엄마는 뭐든 신부님께 고해성사만 하면 모든 죄가 사하여지는 줄 알고 있기에 점집에 갔다 오면 얼른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했다. 그날도 점집에 갔다 온 후 양심에 찔려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을 찾아갔다.
"거시기요, 제가 죄를 지었네요."
그랬더니, 신부님이 대뜸 물었다.
"또 점집에 갔어요?"
"…인자 신부님도 점쟁이 다됐네요이."
"아네스, 점집에 가지 않기로 하셨잖아요?"
"내가 약속은 그렇게 했는디 자식일이 걸리다본께 …. 아따 성모님도 예수님 아들 두셨응께 내 맘 다 알 것이요."
"천주님과 한 약속은 지키셔야죠. 아무리 자식일이 걸려도 그렇지. 그러다 구원 못 받고 지옥 가면 어쩌시려고요?"
"에휴, 자식 키우믄 자식일보다 더 중헌 것이 없어요. 내가 지옥불에 떨어지는 것 무섭다고 자식일 고홀히 할 부모는 세상 천지에 없을 것이요. 신부님도 자식… 아하, 그러고보니 신부님은 자식이 없제. 긍께 에미 맘 모르겠고만, 그러니께 그런 소리 허제, 자식 있으믄 그런 소리 못허지, 암."
세상에, 신부님한테 자식 없어서 어미 맘 모른다고 타박을 놓는 우리 엄마다. 그러고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 당당한 모습으로 성당을 걸어 나오는 게 바로 우리 엄마의 본 모습이다. 잘못을 해놓고도 이렇게 당당한 시골 할머니의 순박함을 신부님은들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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