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현종(顯宗) 때 영의정을 지낸 허적(噓積)은 젊어서 집안이 가난해 무척 고생을 하면서 공부했다. 훗날 그는 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는 월급을 받으면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여 가난한 친척과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 후덕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이처럼 인심이 좋아 복을 누리며 살아야 할 허적의 집안이 서자(庶子) 허견(許堅)때문에 멸족의 화를 당하게 될 줄이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허견이 다른 죄도 아닌 반역을 꾀하여 온 가족이 연루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대감처럼 인심이 후하여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였고, 평생 원한을 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참혹한 화를 입어야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러자 허적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며 대답을 대신했다.
"내가 젊을 때 지평(持平)이란 벼슬을 하면서 길에서 사치스런 옷을 입은 상놈을 만나 감옥에 가두었지요. 그랬더니 이튿날 그의 아내가 찾아와 마구 욕을 하기에 매를 때리다 결국 부부를 함께 죽이고 말았지요. 그런데 얼마 후 서자 견을 낳던 날 밤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그대가 내 아들 내외를 죽였으니, 나는 그 보복을 하기 위해 당신에게 못된 아들 하나를 점지하게 해 당신 집안을 멸망시키겠소` 하더군요. 이제 그 노인의 말대로 된 것이니 누구를 원망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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