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고을 병사

  조회수 : 541    / 등록일 : 2012-09-05   / 출처(저자) : 프리트조프 난센


로마의 카피톨리네 박물관에는 엄청난 비애(悲哀)를 자아내는 걸작 조각품 하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죽어가는 고을 병사`라는 제목이 붙은 이 대리석 조각품은 싸움터에서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어느 병상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었습니다. 그 조각은 전투와 노동으로 단련되 건장한 신체가 이제 막 죽음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거친 머리카락과 힘없이 처진 고개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힘차게 장검을 휘둘렀을 튼튼한 젊은이의 손이 이제는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흙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 등의 묘사가 너무나도 처절하게 저의 폐부를 찔러 왔습니다.
그는 멀리 고향을 떠나 그가 알지도 못하는 신들을 위한 전투에 끌려 나와 이렇게 조용히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의 귀에는 전쟁터의 요란한 포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빛을 잃어 가는 그의 두 눈은 자신의 내면을-아마도 고을의 깊은 숲 속 고향 마을에서 소박하고 단란하게 살아가던 어린 시절을-응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난 받는 인류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삶과 전혀 무관한 전쟁터에 버려진 채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유럽 인민들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모두 이 땅 위에서 미쳐 날뛰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확보하려는 탐욕의 산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