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어느 마을에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사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소 잡는 일을 업으로 하는 백정 이씨였고, 다른 한 사람은 가죽신 만드는 일을 하는 박씨였습니다.
하루는 이씨와 박씨가 술을 마시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으며 살 수 있는 묘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맞아! 우리가 더 이상 이렇게 살 필요는 없네. 고향에서 천대받으며 사느니 차라리 타향에서라도 사람답게 사는 것이 낫지 않겠나."
"좋은 생각일세. 설혹 우리가 양반 행세를 한다 해도 의심할 사람이 있기나 하겠나. 당장 떠나세."
한 달 후, 두 사람은 남쪽 충청도 지방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박진사와 이선달로 행세하며 살았습니다.
하루는 두 사람이 주막에서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싸움은 그칠 줄 몰랐고, 구경꾼들이 모여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참으세요, 박진사님! 점잖은 체면에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싸움을 말리던 동네 사람이 한마디 거들자, 이 말을 들은 백정 이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비밀을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뭐, 뭐라고? 이 사람이 진사라고? 웃기지 말게. 이 친구는 평안도에서 가죽신 짓던 갖바치였다네!"
순간 박씨는 얼굴이 노래지더니 자기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되받아쳤습니다.
"그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네가 뭐 선달이라고? 웃기지 말게. 여보시오! 이 사람은 백정이라구요!"
순식간에 주막집은 쑥대밭이 되어 버리고, 결국 두 사람은 동네에서 쫓겨났습니다. 빈털터리가 된 박씨와 이씨는 서로 `네 탓`이라 탓하며, 각자 타향 길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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