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갚기

  조회수 : 667    / 등록일 : 2012-09-05   / 출처(저자) : 한국 우화


옛날 어느 마을에서 일꾼들이 서넛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아랫목에 앉은 합죽이 영감이 "장이야"를 부르니까 윗목에 앉은 뚱뚱보 영감은 그만 풀이 죽어 어리벙벙하고 있었다.
이때에 옆에 앉은 훈수꾼이 "예끼, 이 사람. 그것도 못받아?" 하며 손으로 툭 친다는 것이 뚱뚱보 노인이 물고 있는 장죽 담뱃대를 쳐서 목에 찔려 죽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큰 일이 났다. 훈수하던 영감은 살인을 하였으니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집으로 도망쳐 왔다.
사랑방에서 아들 셋을 불러놓고 근심 걱정에 싸여 있을 때 대문을 요란하게 밀어 젖히고 들어오는 세 젊은이가 있었다. 죽은 뚱뚱보 영감의 아들들이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살기가 등등해서 뜰 안으로 들어 왔다.
세 젊은이는 "살인자! 아버지의 원수!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치며 야단이었다.
훈수꾼 영감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이 때 훈수꾼 영감의 막내둥이 아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어서들 오십시오. 대체 무슨 일들이오?"라고 점잖게 물었다.
"우리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터이니 빨리 너의 애비를 내 놓아라."
막내둥이는 조금도 동요됨이 없이 조용히 다시 말했다.
"좋습니다. 원수를 갚으시오. 당신네 맏형이 원수를 갚으면 우리 맏형이 다시 원수를 갚기 위해서 당신네 맏형을 죽일 것이고, 그러면 당신네 둘째가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우리 맏형을 죽일 것이오. 그러면 우리 둘째형이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당신네 둘째를 죽일 것이고, 당신네 막내는 둘째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우리 둘째 형을 죽일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네 막내를 죽이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마지막 살아남는 것은 나밖에 없구려! 당신 형제들 뜻대로 한 번 해 보십시오."
막내둥이의 태연스런 태도에 날뛰던 저편의 삼형제도 아무 말 없이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