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돌 틈에 달팽이가 살고 있었다. 꽃도 풀도 없는 그곳은 너무나 밋밋하여 몸을 숨길수조차 없었다. 불어 대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볕이 달팽이를 매일 괴롭혔다. 어느 날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는 거미를 본 달팽이는 하소연을 했다.
"이 세상은 너무나 황폐해 살 수가 없어."
거미는 의아한 눈빛으로 달팽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럼 이사를 해. 저기 보이는 언덕만 넘어가도 살기 좋은 곳이 나오는데, 왜 굳이 이런 황폐한 곳에 살면서 괴로워하니?"
"언덕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달팽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그곳을 날아가던 잠자리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말했다.
"원 세상에, 저 언덕 너머에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니? 저 언덕 너머에서는 꿀벌이 향기로운 꽃 사이를 누비며 꿀을 모으고, 지렁이는 땅을 일구고, 나비는 꽃가루를 날라. 모두들 얼마나 재미있게 사는 줄 아니?"
거미와 잠자리를 떠나보낸 달팽이는 몹시 흥분했다. 엎어지면 코가 닿을 저 언덕 너머가 그처럼 좋은 낙원인 줄 몰랐고, 꿀벌과 나비와 지렁이가 그곳에서 그렇게 즐겁게 살아가는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달팽이는 그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거기서 한번 멋진 삶을 살아 보리라 다짐했다.
이틀 뒤에 꿀벌이 달팽이의 이사를 도우러 왔다. 머리 위에서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본 달팽이는 몸을 웅크렸다.
"난 오늘 이사할 수 없어. 저 뜨거운 햇볕이 날 데워 죽일 거야!"
다시 이틀이 지나자 나비가 찾아왔다. 불어대는 바람에 겁을 먹은 달팽이는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오늘도 안 되겠어. 내 야들야들한 살갗은 바람에 못 견뎌!"
또 이틀이 지나 잠자리가 달팽이를 찾아왔다. 그날따라 보슬비가 내렸다. 햇볕도 바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달팽이는 또 이사를 못하겠다고 버텼다.
"난…오늘도 못 가겠어. 비 때문에 저 언덕을 아무래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다시는 그 누구도 달팽이의 이사를 도우러 오지 않았다. 달팽이는 끝내 이사를 못했지만 때때로 즐거울 때면 그 언덕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난 몸이 약한 게 탈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저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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