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섭리

  조회수 : 694    / 등록일 : 2012-09-12   / 출처(저자)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모든 일들은 예정된 섭리 속에서 일어난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태초부터 당신을 위해 예정된 것들이다. 인고라는 직조물 속에서 당신이라는 존재의 실은 매 순간 구체적인 사건과 얽혀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들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지 그 모든 일들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해보라. 그러면 이것이 진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건의 연속성 속에는 단지 그 결과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합당한 질서가 내재되어 있는데 이는 모든 사물에 합당한 권리를 부여하는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자연의 섭리에 민감하라.
자연의 섭리에 대해 민감하고 깊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의 사물로부터 혹은 그 사물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충만한 기쁨을 누린다.
그런 사람은 사자나 호랑이의 포효하는 입모양에서도 화가나 조각가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것이며 그의 사려 깊은 눈동자는 젊은 청춘들의 매혹적인 청순미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원숙미에서도 매력을 찾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경험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오직 자연과 자연의 활동에 익숙한 사람만이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놀라지 마라.
무화과나무에 무화과가 열렸다고 해서 놀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놀라는 것을 우리는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만약 의사가 환자가 열이 나는 것을 보고 놀란다든지, 선장이 역풍이 분다고 해서 당황해 한다면 이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인가!
모든 일들은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일들은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지극히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이것은 질병이나 죽음, 중상, 모략,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거나 괴롭히는 모든 일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세 번째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라.
의사들은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눈살을 찌푸리며 내려다보았고, 점성가들은 아주 근엄하게 운명을 점쳤지만, 그들 역시 모두 죽고 말았다. 죽음과 불멸에 대해 끊임없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던 철학자들도 죽었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간 잔인한 정복자들도 죽었다. 마치 자신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 신이나 된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다른 사람의 생사를 손에 쥐고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전제 군주들도 죽었다.
또한 당신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회상해 보라. 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사람이 장사를 지내고, 그 장사한 사람도 후에는 땅에 묻혀 또 다른 사람이 장사를 지낸다.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그러나 유한한 인생이란 얼머나 덧없고 허무한가!
어제까지 살아 있던 왕성한 생명도 내일에는 한 줌의 재로 변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의 덧없는 세월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하며 살라. 저 잘 익은 올리브 열매 하나가 자신의 생명을 낳아준 나무에 감사하고 자신을 길러준 대지를 축복하면서 땅에 떨어지듯이, 평안히 당신의 여생을 마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