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과 벼이삭

  조회수 : 681    / 등록일 : 2012-09-12   / 출처(저자) : 지치고 힘들 때 읽는 책 2, 김인경


몇 년 전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김포 공항과 연결된 도로의 가로등을 아주 밝게 켜두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포 평야에서 자라고 있는 벼들 중에서 밝은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는 도로가의 벼이삭은 자라서 꽃은 피는데 영글지 않는 것입니다. 오래도록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은 단번에 그것이 대낮처럼 밝은 가로등 때문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피해를 본 농부들은 행정 기관에 손해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벼들이 익지 않는군요. 거기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주십시오."
행정 기관에서는 "가로등 때문에 벼가 익지 않는다는 말을 처음 들어봅니다"라고 말하며 전문가에게 그 문제를 의뢰했습니다.
며칠 후 농업 전문가로부터 결과가 통보됐습니다.
"먼저 결론을 말하자면 벼들이 익지 않은 것은 밝은 가로등 때문이 맞습니다. 벼들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합니다. 벼가 한참 자라는 시기에는 빛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다 자라서 이삭이 익어야 할 때는 잠을 많이 자야 잘 영글게 됩니다. 그런데 대낮처럼 밝은 가로등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고, 그 결과 이삭이 영글지 못 했으니 당연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자연의 이치 그대로입니다. 벼가 한참 자랄 때는 낮의 길이가 길어 오랫동안 햇볕을 쬐어야 하고, 열매가 맺혀 익기 위해서는 서서히 밤의 길이가 길어져 벼도 수면을 취하고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되어야지 인위적으로 강제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