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의 태위 화흠은 사도인 왕랑과 함께 피난을 가고 있었다. 큰 강물에 이르러 조각배에 두 사람이 타고 사공과 함께 막 건너려 할때였다. 한 사람이 강가에서 달려오더니 자신도 강을 건너게 해 달라고 애걸하였다. 그는 왕랑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화흠은 냉정하게 이를 거절하였다.
"자네를 태워주면 우리가 적에게 잡힐 우려가 있네."
그러자 왕랑이 화흠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저 친구를 두고 가면 반드시 목숨이 위험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배에 빈자리도 있는데 왜 거절하십니까?"
이렇게 해서 그 친구를 태우고 배는 출발하였지만 일엽편주 조각배는 사람의 무게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얼마 뒤 그들을 추격하는 적의 배가 멀리서 나타났다. 다급해진 왕랑이 화흠에게 속삭였다.
"안 되겠습니다. 대감, 잘못하면 잡힐 것 같으니 저 친구를 떼어 놓고 갑시다."
그러자 화흠이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아까 내가 저 사람의 사정을 알면서도 선뜻 허락하지 못한 것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을까 두려워서였네. 그러나 이미 그의 부탁을 들어주어 한 배를 탔는데, 지금 우리가 위험에 빠졌다고 해서 어찌 신의를 저버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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