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못 만나게 된 선비

  조회수 : 926    / 등록일 : 2012-10-05   / 출처(저자) : 한국 우화


강가 마을에 사는 한 선비가 글을 읽고 고기를 잡으며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식량거리도 마련할 겸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나갔다. 선비가 던진 그물에 굉장히 큰 잉어가 잡혔다. 그런데 이 잉어가 선비를 보면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쉼 없이 입질을 하는데 마치 `저를 집으로 보내주세요.`하고 말하는 것 같아 선비는 잉어를 강에 놓아주었다.
마침 그 다음날도 선비가 강가에 나갔는데 처음 보는 남자 아이가 어제 용왕의 딸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였다. 어제 그 잉어는 용왕의 딸이었던 것이다. 남자 아이가 주문을 외우자 강물이 갈라지면서 길이 생기고 선비는 아이를 따라 용궁에 다다랐다.
용왕과 용왕의 딸은 선비를 극진히 맞이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선비는 늙은 어머니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용왕이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선비는 용왕의 딸이 몹시도 마음에 들었고, 어머니에게도 보여드리고픈 마음에 주저주저 하다가 용왕의 딸과 혼인을 하게 해 달라고 했다. 용왕은 딸에게 그 뜻을 물어보고는 딸이 좋다고 하자 허락했다. 선비는 용왕의 딸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지냈다. 즐겁게 지내다보니 석 달이란 제법 긴 시간이 흘러버렸다.
선비는 `아차`하고는 늙은 어머니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부인,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게 어떻겠소?"
그러자 용왕의 딸은 땅위로 나가 살려면 준비할 것이 있다고 나흘 후 돌아오면 그때 같이 나가자며 선비에게 작은 상자를 주며 돌아오는 길에 강물 앞에 서서
"열려라, 열려라!"
하고 주문을 외우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 이외에는 절대로 상자를 열어 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선비는 그러마 하고 신나게 집으로 가서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날 저녁이 되자 어머니가 그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몹시 궁금해 하자 선비도 아내가 준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그것을 열어 보고 말았다. 그 속에 신통한 게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상자를 열자 스르르 연기만 빠져 나왔다.
"아무것도 없네, 그래"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약속한 나흘이 지나자 선비는 아내를 보고 싶어 용궁으로 돌아가려고 강물 앞에 서서 주문을 외웠다. 선비는 길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강물만 찰랑거릴 뿐이었다. 비로소 선비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후회의 눈물을 쏟았다. 하루 종일 아무리 간절히 주문을 외워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