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토끼들이 어떤 산에서 무리를 지어 살았다. 어느 날, 승냥이왕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그들은 춤을 추며 기뻐했다. 승냥이왕의 방문을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굴에서 나온 그들은 서로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손님을 환영하는 뜻에서 토끼 역사상 최대의 축하 잔치를 베풀기로 했다.
"이것은 역사의 한 장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자손들에게 무궁무진한 복을 안겨 주리라!"
드디어 승냥이왕이 도착했다. 토끼들은 늙은이를 부축하고, 어린이들의 손을 잡은 채 길 양편에 늘어서서 장사진을 이루었다. 승냥이 왕의 늠름한 풍채를 우러러보며 그를 목청 높이 축복하는 토끼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승냥이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의 말을 보냈다.
그러나 잔치가 끝나자 승냥이왕은, 좋은 자리를 하나 골라 행궁 하나를 짓기로 결정한다고 선포했다. 토끼들은 곧 자기들의 집을 뜯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부가 되어 왕을 위해 힘을 바쳤다. 승냥이왕이 깔고 덮을 이불과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아 토끼들은 할 수 없이 토끼 가죽을 한 아름 가져다 주면서 우선 아쉬운 대로 쓰시라고 말했다. 승냥이왕은 먹을 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산에는 넘치는 게 토끼 고기 아닌가…. 승냥이왕은 생각했다. 바로 여기서 살면 숙식을 외상으로 할 수 있으니 운송비를 들여 식량을 실어올 필요도 없지 않은가.
상황을 돌변했다. 토끼들의 환호성은 신음 소리로 변했고, 그들의 윤택함도 황폐함의 참상과 멸종의 위기로 바뀌었다. 마침내 우두머리급에 속하는 토끼들 몇몇도 화를 면치 못했다. 토끼들은 커다란 귀를 쥐어뜯으며 후회했다.
"총명하기 이를 데 없다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앞뒤를 잘 생각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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