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못살게 되는 사치 김 동인<사초집>
잠21:17; 23:29-35
이조 선조때의 유현 이지함(1517-1578)은, 말년에 친구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포천 헌감으로 가게 되었다. 옷을 베옷을 입고, 신은 짚신에, ?갓은 해진 것을 쓰고갔다. 그날 저녁 현감의 부임이어서, 그 고을 관리들은 ?있는 정성과 있는 힘을 다하여 진미를 갖추어, 상을 차려 올리었다. 그런데 ?아무말도 없이, 수저를 들어보지도 않고서 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아전(지장관리)들은 아마도 상이 시원찮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황송하여 부랴 부랴 다시 그 보다도 훨씬 더 잘차려서 두번째로 상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전히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내
보냈다. 아전들은 어찌 할바를 몰라 안절 부절하다가, 드디어 뜰 아래 ?엎드린 후 "황송하옵니다. 저의 고을은 서울과는 달라서 이 이상은 도저히 ?더 잘 차릴수가 없읍니다. 그저 죽여 주십시오"하고 빌었다. 이 지함은 ?온화스러운 얼굴에 웃음을 띄우면서 말했다. "아니다. 내 생각을 몰라서들 ?그러는 군, 나는 그런 좋은 음식을 먹어본 일이 없어서 무서워 그런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넉넉지 못하게 된 까닭은 분수에 맞지 않게 사는 ?때문이다. 이런 음식 같은것, 그리고 호화로운 옷 같은것으로 사치를 피는 ?때문이다. 너희 고을에 잡곡 밥 있지? 그것을 가져 오너라. 나는 오직 ?잡곡밥과 나물 국이면 족하다. 이후 우리 모두가 부해질 때까지는 그런 ?사치스런 음식을먹지 말기로 하자"라고. 그리고 부임한지 며칠만에 이 ?지함은 그 고을 아전과 유지들에게 한 턱 냈다. 그런데 상이라고 내오는 ?것을 보니까 잡곡밥에 시래기국 한 그릇이 놓였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기가 막힐 지경이어서 숟가락도 못들고 있는데, 주인 사또는 맨먼저 ?숟가락을 들고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들어마시는 것이었다. 유지들도 하는 ?수 없이 국을 떠 입에 넣었다. 그런데 그 맛이란 맛이랄것도 없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구역이 나서 못 견딜지경이었다. 그러나 현감은 전과 같이 맛 ?있게 들고나서 말하는 것이 었다. 사치는 언제나 망치는 것이니, 우리는 ?분수에 알맞게 삶으로서 부해져야 한다"라고. 그리고 그는 매사에 검소했을
뿐 아니라, 백성을 잘 선도 하여, 그가 2,3년 포천에 있는 동안 포천은 ?실로 눈여겨 볼만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현감과의 사이는 마치 부모와 ?자녀의 사이 처럼되었다. 그러므로 그가 아산 현감이 되어 포천을 떠날 ?때는, 온 고을 백성이 길을 막아 이임을 반대하고, 그것이 안 될때 누구나 ?울지 않는 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로 사치는 못살게 되는 빠른 길인 ?것으로, 분수에 맞게 살며, 실력을 기르도록 하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