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권 침해는 학교의 비상상태

  조회수 : 956    / 등록일 : 2006-10-25   / 출처(저자) : 국민일보


수업권 침해는 학교의 비상상태
전교조 ‘연가투쟁’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응 자세도 비판받아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30일 제50차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교원평가제 실시 저지, 차등성과급 지급 폐기,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등을 위해 10월부터 연가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여기서 차등성과급이나 교원평가제 그리고 한미 FTA의 정당성이나 문제점을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전교조의 국가정책에 대한 관여 태도 및 의사 표현의 방법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그리고 교육당국의 매너리즘적인 안이한 대응 자세를 비판하고자 한다.

초·중등학교의 보통교육에 종사하는 교사는 국민의 기초적 자질과 품성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민의 자질과 품성이야말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교사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 조합원 교사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은 국가정책이나 공공의 문제에 대해 어떤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함에 있어서 공정해야 하며, 학생들에게도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공적인 활동이 평소의 교육활동과 분리되어서는 교육자로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그러므로 국가정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당연히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교사들이 공공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하고 또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교육적 의미를 가지며 모델링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교사의 행동, 특히 집단행동은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교직과 다른 직업사이의 차이이며, 기본적인 교직윤리의 하나이다.

전교조의 이번 결정은 한마디로 자신의 의견과 맞지 않는다고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국가정책을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대국가투쟁 선언이다. 주지하듯이 교직원노동조합법에서는 단체행동권을 일체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연가투쟁’이라는 단체행동을 통해 국가정책에 대해 의견 표명을 넘어 ‘행동으로서 저지하겠다’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측은 연가투쟁이 어떻게 해서 불법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교사 개개인이 연가를 받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밝히고 있듯이 전교조 조합원들의 집단행동에 의한 연가는 그 자체가 단체 행동이기 때문에 위법이다. 그리고 전교조는 합법성 여부를 떠나서 교사로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중시하여야 하며, 자신들의 독선적인 집단행동이 결코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더구나 자신들의 집단행위가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려한다면, 교사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하려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에게 묻고 싶다. 전교조를 비롯한 공무원 노조 등이 집단 연가를 불법적인 투쟁의 수단으로 삼아온 것이 이미 오래이고, 또 이번에 전교조가 불법적인 투쟁을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는데 정부당국은 지금껏 무엇을 하였는가? 교육당국은 이번에도 연가 투쟁을 법과 원칙으로 대처하겠다고 되풀이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만으로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이 가셔지진 않는다. 정부당국도 잘 알 것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국제중학교 설립문제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나서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를 이룬다. 연가는 ‘기관장의 승인을 받거나 연가 계획에 따라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교육당국은 모든 교장에게 전교조 조원의 집단적인 연가 신청에 대해서는 그것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공문을 보내야 한다. 아울러 전국의 모든 양식 있는 교장님들은 전교조 조합원의 집단적인 연가 신청을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집단행동에 의한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는 학교의 비상상태이다.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해서는 긴급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이제부터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교직원이나 공무원들이 연가 등을 빙자하여 불법적인 단체행동을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계속되는 걱정과 불안을 방치하는 공무원이나 기관은 이미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이명희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