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14>

  조회수 : 1029    / 등록일 : 2006-10-25   / 출처(저자) : 국민일보


두 개의 혀를 가진 아가씨

"귀여운 아가야! 넌 말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지하철이 달리는 도시에 젊은 부부가 살았단다. 그 부부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꺼려하였어. 어느 날 아내는 도시를 떠나 명산을 찾아가 기도를 드렸지. 말 잘하는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끝내고 해넘이에 산길을 내려오다 옹달샘 물을 서너 모금 마셨지. 그러고는 그 옆에서 쉬를 했어. 아마 그 순간 뱀의 아기씨가 엄마 몸 안으로 들어온 모양이야. 날이 갈수록 점점 배가 불러왔으니까. 엄마는 달이 차서 여자 애를 낳았는데 눈처럼 하얀 피부라 설희라 불렀어.

"귀여운 아가야! 넌 말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엄마는 간절히 빌었어.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우연히 아기의 입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어. 세상에, 설희는 혀가 두 개였어. 당연히 붉은 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두 갈래로 째진 푸른 혓바닥이 보였던 거야. 엄마는 너무 놀라 기절할 뻔했어.

"이건 우리 부부만의 비밀로 합시다."

부부는 슬픈 약속을 했어.

불행 중 다행으로 설희는 첫돌 전에 말을 시작했어. 두 살이 되자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가 되었어. 네 살이 되던 해에는 엄마와 말싸움을 해도 이기곤 했다니까. 이제 동네에서는 말로 설희를 당할 사람이 없어. 에험, 어른들도 설희 앞에서는 입씨름을 꺼렸어.

"설희는 선생님이 될 거야."

"아냐, 선생님보단 예배당 목사님이 되어야 해."

"국회의원이 되면 진짜 좋을 텐데…".

마을 사람들의 기대는 풍선처럼 부풀어갔어.

비가 오려나 봐. 해바라기 그늘 밑에 길쭉이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기어가고 있었어. 순간 설희 가슴이 꽝꽝 뛰었어. 너무 놀란 탓이야.

"휴! 저 지렁이가 우리 집 암탉을 꿀꺽했어!"

설희는 난생처음 거짓말을 했어. 친구가 지렁이를 혼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야.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순간 목구멍 깊숙이 숨어있던 푸른 혀가 뱀처럼 날름거렸어.

`친구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이야!`

설희는 너무 당황했어, 얼굴은 난로처럼 발갛게 달아올랐고. 그러나 친구는 낌새를 못 챈 것 같았어. 제발 못 봤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렁이가 무섭다고? 내가 밟아버릴까?"

역시 친구가 최고야! 친구는 지렁이가 암탉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믿는 듯한 표정이었어. 설희는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어. 그런 후로 설희는 재미삼아 거짓말을 즐기게까지 되었어.

그런데 말야, 거짓말을 시작하고부터 설희에게 이상한 변화가 일었어. 다른 아이들과 달리 몸이 빨리 크는 거야. 네 살인데도 몸집이 여덟 살 언니들과 비슷해. 다섯 살이 되니까 열 살 언니와 비슷해졌어. 설희의 몸이 빨리 자라니까 엄마는 섬뜩섬뜩 소름이 돋았어.

그렁저렁 설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는 아가씨처럼 되어버렸어. 어린애가 어린애다워야지, 가슴이 봉긋 처녀티가 나면 되겠어? 엄마는 동네 사람들 대하기가 창피하여 견딜 수 없었어.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

"일찍 핀 꽃이 일찍 지듯이 혹시 우리 설희가 빨리 피었다 지는 꽃 같은 신세는 아닐까요?"

엄마는 속마음을 털어놓았어.

"그럴 리가 있겠어? 불길한 생각은 그만둬."

설희 아빠도 걱정을 훌훌 털어 버릴 수는 없었어.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고 하루는 늠름한 일등병이 설희 뒤를 몰래 따라왔어. 설희가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선녀보다 예쁘다면서 결혼 승낙을 해달라는 거야. 엄마는 설희가 겨우 여덟 살이란 사실을 알리느라 진땀 꽤나 흘렸지.

생각 끝에 병원을 찾았어. 이야기를 들은 의사 선생님은 여러 가지 검사를 했어. 혈액, 모발, 치아, 목소리, 피부조직까지 말야.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옵니다만, 혀가 둘이라…."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표정을 지었어.

"혀가 둘이면 어때요? 왜 큰 소리로 떠들고 그래요, 열 받게끔!"

설희는 거품을 물고 밖으로 뛰쳐나갔어.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작은 일에도 토라지고 저렇게 뼛성을 낸다니까.

아이에게 대놓고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엄마는 눈을 흘겼어. 의사 선생님은 험험 헛기침만 해댔어.

"아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애가 웃어른에게 대들거나 누구에겐가 욕을 할 때면 푸른 혓바닥이 튀어나와요. 마치 뱀처럼요."

"허허! 그것 참…."



일주일 후 엄마는 병원에 다시 들렀어. 검사결과를 보려고 말야. 설희가 빠르게 성장하는 건 푸른 혀를 쓰기 때문이래. 푸른 혀가 움직이면 설희의 몸 속에 있는 노화방지 신경세포가 짜르르 긴장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야.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는 빨리 늙어버린다는 거야. 아무튼 푸른 혀가 안 나오도록 조심조심 살래. 원인을 알았으니까 치료는 어렵지 않았어. 엄마는 설희에게 친구들과 다투지 말고 늘 사이좋게 지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