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회의 불감증
제목 : 활천 <산샘칼럼> 불감증 전염시대
자료원 : 활천사 백수복 본지주간
발행일 : 94년 11월 01일
일찍이 우치무라 칸조오 선생은 "믿는 것은 의심하는 것보다 낫다.그러나
의심하지 않고서는 깊이 믿을 수가 없다. 회의는 신앙을 위해 필요하다"고
교훈해 줌으로 회의와 신앙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암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젊은이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면서 행동을 우선하
고 보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회의를 기피하면
서 골칫거리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아무일이든지 저질러 버리는 습성이
전염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심각합니다.
인도지역을 위시한 여러 국가에 페스트균이 전염되는 것도 심각하지만 젊
은이들에게 생각을 기피하는 풍조의 전염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왜 이렇게 부도덕해졌는가를 따진다면 사고기피 전염현상 때문
이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어느 미국유학생의 경험담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처음에 미국생활을
하다보니 슈퍼마케에 가서 식료품을 구입해 오는 것이 가장 필수적인 주즈
중의 일과가 되었답니다. 슈퍼마케에 쌓여 있는 그 많은 식료품 중에서
값싸고 한국인의 입맛에 알맞는 식료품을 고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습
니다. 그래서 대충 눈으로 보아서 요리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슈
퍼마켜에 갈 때마다 주인되는 미국인이 한국유학생을 이상하게 응시하기에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그래도 집 근처의 가장 가까운 슈퍼마켜이기에 그 상
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슈퍼마게 주인이 한국유학생이 눈치채지 못하게 뒤를
따라와서 유학생들이 자취하고 있는 집을 알아놓고는 유학생의 집을 의심하
면서 살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관심은 그집에 개가 있는가 없는가 였
는데 아무리 살펴 보아도 개가 있는 기미를 찾아내지 못하였답니다. 그 관
찰이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한국유학생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슈퍼마켜에
와서 전과 동일하게 식료품을 찾아서 바구니에 넣고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
그런데 주인이 가까이오더니, 그토록 여러분 구입해 간 소고기 통조림통을
골라내서는 "이 통조림은 소고기 통조림이지만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고
개들이 먹는 음식입니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홍담무가된 유학생은
질겁을 하고 집으로 뛰어왔다는 것입니다.
슈퍼마켜 주인의 호기심 있는 회의가 유학생을 개밥 먹는 신세에서
구원해 주었다는 일화입니다.
우리 한국사회에는 어떻습니까? 구매자를 위한 배려에 따른 이런
관찰이 가능할까요? 우리는 너무나 무감각한 불감증의 현상 속에
살고 있음이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요?
이웃이 고통을 당해도 모른체하고 문간방의 노인이 사망해도
보름씩이나 모른 채 살아가고 교통사고를 당해도 그 피해자에게는
조금도 동정을 안하면서 피해자가 떨어뜨려 바람에 날리는 돈
줍는데만 허겁지겁을 하다가 사고차량의 번호도 확인치 않는 비정한
사람들 속에 살고 있다니 참으로 소름이 끼칠 일입니다. 어찌하여 이
사회가 이렇게 개인의 이해관계에는 민감하면서 이웃의 어려움에는
불감증이 걸렸는지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불감증의 시대를 예견하시고 일찍이
탄식하셨는가 봅니다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애곡하여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 하였다
함과 같도다"(마 11:17). 가슴을 칩시다. 우리의 이웃들이 고통
당하고 있음을 보고 가슴을 치고 우리의 불감증을 탄식합시다.
이렇게 살다가 우리의 식구들이 비참하게 비극이 처해도 아무 반응이 없이
무감각해 질런지 모를 일이니 가슴을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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