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별이 많다

  조회수 : 1054    / 등록일 :    / 출처(저자) : 활천



주제 : 별 문명 성인 현실
제목 : <이승우에세이> 하늘에는 별이 많다
자료원 : 활천 이승우 서울신대졸
발행일 : 95년 04월 01일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벽촌이어서 제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던 해
에도 버스가 다니지 않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었다. 당연히 해가 지면
암흑 천지, 호롱불이 있기 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어둠이나 같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하늘에 지천으로 달려 있는 별들을
바라보는 일이 거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때는 별들이 얼마나 많던지 거
기다가 또 얼마나 가까운 곳에 떠 있던지 마치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떤 작가는 자기 소설에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고 제목을 붙였
다. 나는 그 제목만으로 그 작품에 이끌렸다. 이 작가는 나처럼 별을 바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그를 쉽게 끌어안게 했다. 별들에게서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의 소
설은 엉터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고, 나의 그런 판단이 틀리지 않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는 일이 아니
라 별들에게서 음악소리를 듣는 것이다.

사실 그때 나는 별자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그저 북극성과 북두칠성
과 은하수와 카시오페니아 정도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
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별자리의 이름을 모른다고 별을 바라볼 수 없는 것
이 아니고, 별자리의 이름을 많이 알고 있다고 별이 내는 소리를 더 잘 들
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별자리의 이름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서 별을 보는 일이 더 많이 즐겁거나 기쁜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지식이 더
큰 행복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까만 하늘에 일직선을 그으며 빠르게 비행하다
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유성의 모습이었다. 그 유연하고 날렵한 흐름,
그리고 그 별이 사라지는 순간의 그 말줄임표 같은 허마함이란 도대체 유성
은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를 향해 곤두박질쳐 내리는 것일까... 그것들은 마
치 그 짧은 수간의 빛나는 비행을 위해서 하늘 한복판에 박혀 수없이 많은
세월을 인내해 온 것처럼 보였다. 하룻밤에도 수없이 많은 별들이 생명을
다하고 우주의 나락으로 추락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주의 장엄함과
신비스러움에 눈떠 갔다.

하늘은 넓었고, 별들이 많은 만큼 유성들 또한 많았다. 유성에 눈을 주고
있으면 쉽게 밤을 셀 수 있었다.

그 요정들의 모습을 본 지가 까마득하다. 정말 오랫동안 유성을 보지 못했
다. 유성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어리석다. 지금
도 우주에는 제 수명을 다하고 우주 밖으로 떨어져 내리는 별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자리에 또 새로운 별들이 자리를 잡고.. 그것이 우주의 법
칙일 터이다.

그렇다면 유성을 보지 못하는 것은 - 답은 너무 자명하다 - 내가 하늘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별들은 하늘에 있고, 그러므로 별을 보려는 사람은 밤
중에 하늘을 올려다 보아야 한다. 하늘을 향해 눈을 들지 않으면서 하늘에
사선을 그으며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가는 빠르고 빛나는 유성의 모습을
보려고 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욕심이다. 하늘을 보지 않으므로 별들이 내
는 음악 소리도 듣지 못한다.

왜 하늘을 보지 않는가. 그 대답 또한 사실 너무 자명하다. 내가 - 우리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 것은 하늘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
의 밤은 이제 더 이상 어둠이 아니다. 우리들의 밤은 현란하다. 낮보다 화
려한 것이 밤이다. 우리들의 밤은 사람들에게서 자연 - 자연의 어둠 - 을
빼앗았다. 우리의 밤은 문명의 현란한 불비체 갇혀 있다.

가지가지 전기불이 내뿜는 기공의 빛으로 현란한 밤, 그것이 우리가 사는
도회지의 밤이다. 별은 '자연'의 '어둠'속에서 빛을 낸다. 그런데 도시의
밤은 더이상 어둡지 않다. 어둡지 않으므로 별이 눈에 띄지 안는다.
도시의 하늘을 오염시킨 것은 문명이다. 문명은 자연을 추방하고 별들을
쫓아낸다. 별들의 거주지인 하늘을 가린다. 도시의 밤은 더이상 '별 헤는
밤'이 아니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
이다. 도시는 자연의 안티 테제다. 하늘의 망망대해를 흘러가는 별들을 보
지 못하므로 도시인은 우주에 대해 경외감을 품을 틈이 없어졌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이 신비스러움에 눈뜰 여유가 없어졌다. 그런 뜻에서 도시인
은 모두들 자연을 잃은 실향민이다. "이제 고향은 우리들의 얼룩이 되었다.
알아볼 수 없는 이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