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우상

  조회수 : 933    / 등록일 :    / 출처(저자) : 활천



주제 : 상징 우상
제목 : <이승우에세이> 상징과 우상
자료원 : 활천 이승우 소설가
발행일 : 95년 03월 01일

그때 여호와께서 그들 가운데 독사를 보내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독
사에 물려 죽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세에게 와서 "우리가 하나님과 당신을
원망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 뱀들을 없애 주십시오"하고 애걸하였다. 모세
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놋뱀을 만들어 장대에 매달
아 뱀에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고 살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모세는
놋뱀을 만들어 장대에 매달아 두었는데 뱀에 물린 자마다 그 놋뱀을 쳐다보
고 살아났다(민수기 21:6-9).

뱀에 물려 신음하던 자들이 장대에 매달린 놋뱀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살아
났다는 이 유명한 이야기는 그 안에 매우 극적이면서 의미심장한
상징성을 품고 있다. 어떤 글은 우리 들의 눈 앞으로 불쑥 무겁고 큰 주먹
을 내밀어 거기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데, 말하자면 이 대목
이 그러한 구절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소설가 백도기 역시 이 설화가 내미
는 무겁고 큰 주먹 앞에서 주춤하였던 것 같다. 그는 오래전에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청동의 뱀"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은 우리들의 현실이 불뱀떼들로부터 벌을 받아 마땅한 지 민수기
의 저주받은 세계와 다름없음을 지적하는데서 시작한다.
이 세계는 허위와 탐욕으로 가득찬 세계다, 죄악이 범람하는 세계다
불뱀떼들이 득설거리며 "생명들을 쏘는","악착같이 달려들어 생명의 뿌리에
멸망의 독을 주입시키고 있는" 저주받은 세계 -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일찌
기 <말테의 수기> 에서 우리가 "독을 투명한 공기와 함께 들이마신다"고 설
파했다. 그는 우리들의 세계가 독이 침투해 들어온 세계임을 깨닫고 있었
다.

공기 자체가 독인 환경에서는 호흡하는 것이 그 독을 들이 마시는
행위이다. 죄가 넘치는 세상에서는 사는 것이 곧 죄의 오염되는 일이다.

백도기의 비극적인 현실 인식은, 이 죄악이 범람하는 세계의 한가우데 그
이상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목사는 이 현실 세계에 넘치는 죄악의 상징
이고 원천인 악덕 기업주에게 철저히 부역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상징적이게도 그는 공장의 부속교회 목사이다. 썩은 자본에 대한 봉사
그것이 이 소설에 나오는 목사의 초상이다.
그가 어떻게 놋뱀을 들 수 있겠는가? 작가는, 독사에게 쏘여 신음하는
가운데서 "가장 절망적인 상처를 입은 체 미친 듯이 허덕거리고 있는" 이
가련한 목사의 모습을 가장 절망적으로 그려 보여준다. 썩은 자본에 대한
부역-백도기는, 우리를 향해 당신의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하고 질문하는
것 같다.

이 세계가 불행하다면, 그 진짜 이유는 창궐하는 불뱀떼들 때문이 아니라,
그 불뱀떼들에도 불구하고 쳐다볼 놋뱀이 없기 때문이다. 절망적인 상황은
최악이 아니다. 정작 최악은 희망이 없는 것이다.

세계는 실체를 상실했다는 불안에 대한 자각이 '현대'라는 주제이다.세계
는 근원적인 것을 상실했다는 믿음은 20세기를 관통하며 하나의 거대한 세
계관으로 작용해왔다.R.N마이어는 <세계 상실의 문학> 이라는 책속에서 현
대 예술 전반의 공통적인 출발점인 이 현상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그에 의하면 세계 상실은 하나의 재앙과 같다. 재앙 속에서 빠져
나갈 길이 없는가를 모색하기 위해 그는 그 답답하고 지난한 작업을 했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이 '상실된'세계의 캄캄한 벽의 한 귀퉁이에서 아주
작은 오솔길을 하나 발견해낸다. 파울 첼란의 시 속에서 그가 찾아낸 것은
"태고적부터 모든 것을 지탱하고 서 있는 바탕"이다. 그것은 근원적으로
오래된, 그러면서도 새로운 종교이다.새롭게 나타났지만, 이미 있던 것이
다. 그것이 우리-현대를 재앙에서 구원으로, 구원에서 거룩한 것으로 거룩
한 것에서 신적인 것으로 인도한다고 그는 쓴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 민수기의 백성들은 단지 장대에 매달린 놋뱀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내부에 침투해 들어온 독을 제거했다.

단지 놋뱀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살아났다.
그들이 살아난 것처럼 ,상실된 세계의 한복판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쳐다볼 놋뱀만 있다면,

그런데 그 놋뱀은 어떻게 민수기의 백성들을 구원했을까.그 장대에 매달린
놋뱀이 어떻게 죽음에 직면한 사람을 살렸을까.
그것은 모세가 든 놋뱀이 상징이기 때문이다. 상징은 추상적인 사물을
구체화한 것이다. 상징은 무언가 다른 것을 나타내는 무엇이다. 따라서
상징은 어떤 경우든 그것이 가리키는 바 내용을 지향한다. 어떤 경우에도
내용없이 저 혼자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 상징이다. 왜냐하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