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왠지 목마르다
인간은 모두 목마르다. 아이들은 놀다가 집에 뛰어들어와 이렇게 외친다. “엄마,나 목말라” 아이들의 목마름은 의외로 단순하다. 물 한잔이면 해결된다. 하지만 사춘기로 넘어오면 청소년들의 목마름은 보다 복잡해진다. 최근 어느 대중가수의 노래는 그들의 심리를 극명하게 반영하는 듯 보인다.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나도 인간답게 살고 싶어. 누구를 위한 삶인가”하고 절규한다. 목마름은 인간답게 살자는 몸부림이다.
목마름으로 하자면 이 갈증이 바로 인간의 역사가 되었다. 일제 시대에 우리들은 해방에 목말랐다. 술로 목마름을 해결해보려는 부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압제에 맞서 싸움으로써 독립에 대한 목마름을 증명했다. 광복 후 우리는 통일에 목말랐고 1960년대 이후엔 자유에 목말랐다. 부국강병과 경제개발이라는 슬로건 밑에서 우리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목말랐고 인권에 목말랐다. 한쪽에서는 마이카와 아파트에 목말라함으로써 소외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지만 말이다.
21세기에 들어오자마자 우리 모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승리에 목말라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그야말로 승리가 한 편의 신화가 되어가던 시기였다. 그 신화는 2006년에도 살아남아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이라는 목마름에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축구감독은 “축구선수에게는 축구가 구원이니라”고 말함으로써 우리에게 승리를 향한 돌진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목마름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비유이다. 우리는 이 목마름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우리로 하여금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하는 목마름의 실체여,우리로 하여금 천사와 악마의 표정을 오가게 하는 목마름의 실상이여. 어느 시인은 그 목마름의 실체를 ‘타는 목마름으로’ 체험하기도 했으며 예수님은 구원의 마지막 정점 십자가에서 “내가 목마르다”고 신음하심으로써 모든 인류의 ‘타는 목마름’을 끌어안으시고 해갈의 길을 열어주신 것이다.
5월31일은 지방선거일이다. 후보자들은 모두 당선에 목마르고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믿음직한 공복(公僕)에 목마르다. 내일부터는 6월.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경계에 서 있는 오늘 왠지 무언가에 심히 목마르고 목마르다.
추태화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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