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하라 ㅡ막 10:46-52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한 바디매오
여리고의 눈먼 거지 바디매오가 예수가 지나간다는 소리를 듣고“다윗의 자손 예수님, 나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많은 사람이 조용히 하라고 그를 꾸짖었다.”그가 예수를 부른 것은 정당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연히 그렇게 꾸짖고 윽박지른 것이다. 그들은 이름도 없고 그저“많은 사람들”(polloi)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면 개인은 따라야 하고 자기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바디매오는 오히려“더욱더 큰소리로‘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하고 외쳤다.”예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부르셨다. 그러자, 조금 전에 바디매오를 꾸짖은 자들이 금세 태도를 바꾸어서,“용기를 내어 일어나시오. 예수께서 당신을 부르시오”하였다. 이것이 가해자들의 특징이다. 그들은 사실은 별 것 아닌 존재들이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의 이야기(요 8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법 조항을 들어서 그 여인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법으로나, 그들을 따르는 많은 수로나, 마치 그 여인을 희생시킬 권리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군다. 그 여인은 아마도 자포자기 속에서 희생당할 각오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너희 가운데 죄가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고 한다. 그러자 금세 그들의 본질이 드러난다. 그들은 그 여자를 희생시킬 권리도 자격도 없는 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다 떠나갔을 때, 예수는“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그 여자는 희생당할 필요가 없음을 일깨워 주신다.
하나님은 희생을 요구하신다?
그런데도 많은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은 희생을 요구하시는 분이며 우리는 그것에 순종해야 하고, 그런 순종의 대표가 예수님이라고 생각한다. 도로테 죌레는 <고난>이라는 책에서 이런 이해를“기독교적 매저키즘”또는“신학적 새디즘”이라 부른다. 즉 하나님은 죄에 대한 형벌을 요구하는 형리(刑吏=간수)와 같은 분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고, 또 외아들 예수를 희생 제물로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신학적 새디즘이다. 기독교적 매저키즘은, 이러한 하나님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어떠한 이의나 항의도 제기하지 않고, 그저 아브라함의 순종을 신앙의 모범으로서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이야기(아케다)를 그렇게 보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삭이 물었다. "불과 장작은 여기에 있습니다마는,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브라함이 대답하였다. "얘야,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실 것이다."(창 22:7-8)
흔히들 이것은 이삭을 안심시키려고 둘러댄 말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말은 실제로 일어날 일을 담담하게 말한 것일 수도 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것을 계산하고 있었을 수 있다. 하나님은 그의 후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바다의 모래와 같이 많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런데 백 살이 되어 얻은 이삭이 죽는다면 그 약속은 지켜질 수 없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절대로 이삭이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을 확신했을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잡으려고 한 것을 보면, 그 시절에는 인신제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통하여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확인하셨을 뿐 아니라, 그런 부당한 인신제사를 없애버리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곡해하여 하나님을 피를 요구하는 가혹한 시험관으로 만들고, 아브라함을 순종의 모범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흔히 크리스천들은 예수는 순종적이고 희생적이었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성서에 나타나는 예수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그는 행동이 남 달랐기 때문에 그가 정신이 나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족들이 예수를 말리려고 찾아왔을 때, 그는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며 자매냐고 하였다. 그는 부모나 가족에게 순응하여 자기의 사명을 희생하려고 한 분이 아니다.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받거나 존경받지도 못했다. 그가 고향에 갔을 때, 사람들이 그를 무시하고 푸대접하자,“예언자는 자기 고향과 자기 집 밖에서는 존경을 받지 않는 법이 없다”고 하였다(마 13:57).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들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아니라, 이 세상이다.
1) 인습 또는 지배체제: 우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많은 사람들’로 대표되는 인습, 도덕, 법 그리고 지배체제 등이다.
성서의 인물들은 이런 것에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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