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 : 이호우는 시조 `균열`에서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주는 상실감이 바위의 무게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 듯합니다. 세월이 굳건히 서 있는 바위에 금을 내듯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우리의 가슴에도 또 한 줄의 금을 긋습니다. 이로써 우리의 과거가 한해 늘어나고 우리의 미래가 한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모세가 지은 본시에도 죄와 허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마침내 죽어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인생의 유한함과 연약함, 그리고 깊은 절망이 잘드러나고 있습니다.그러나 모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영적 통찰력을 가지고 인생의 본질을 이 호우의 시조와는 달리 시공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영원성과 대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일한 구원자이신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힘입어 절망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3절 이하에서는 이러한 모세의 신본주의적 초극의 신앙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으나 한해를 보내는 이 송구의 시기와 관련하여 세 가지 사항만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세월의 빠름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시인은 9절에서 `우리의 평생이 일식간에 다하였나이다`라고 노래합니다. 여기서 `일식간`이란 `숨을 한 번 쉬는 것과 같은 짧은 순간`이란 의미입니다. 인생이 70을 살 수도 있고 강건하면 80을 살 수도 있지만 그 10년의 차이가 큰 것이 아닙니다.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것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세월이 빠름에 대한 속담이나 경구는 너무나 많습니다. 한자 숙어에도 `세월이 가는 것이 물의 흐름과 같이 빠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의 `광음여류(光陰如流)`란 표현이 있습니다. 또한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빨리 흘러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의 `광음여시(光陰如矢)`란 표현도 있씁니다. `손가락 끝을 튀길 동안처럼 세월이 빠름`을 나타내는 `탄지지간(彈指之間)`, `부싯돌이 마주 부딪칠 때 불빛이 번쩍하고 나는 것과 같이 세월이 빠름`을 나타내는 `석화광음(火光陰)` 등 이와 유사한 표현은 나열할 수 없으리 만큼 많습니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바입니다. 여러분도 올 한해를 회상하면 이를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빠른 세월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세월을 아끼는 것입니다. 세월을 쓸데없는 일에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 진정 지혜로운 자입니다. 여러분은 지난 일년을 아끼며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셨습니까?
2. 인생의 무상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모세의 시에는 인간의 유한함과 무상함을 고백하는 많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먼저 5절의 `홍수처럼 쓸어가다`와 `아침에 돋는 풀 같으니이다`란 직유적 표현은 인생의 허무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6절의 `아침에 꽃이 되어 자라다가`와 `저년에는 벤 바 되어 마르나이다`라는 대응되는 두 문장을 통해 모세는 청춘기와 황혼기를 선명하게 대비시켜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합니다. 이런 인생 무상은 10절에서 극대화됩니다. 인생이 아무리 강건하여도 80까지일 뿐인데 그나마 수고와 슬픔뿐이며, 참으로 날아가는 듯이 빠른 세월이라는 이 직설적 토로 앞에서 인생의 허무와 인간 실존의 한계를 뻐저리게 체감하게 됩니다.
지혜로운사람은 이처럼 인생의 무상함을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아름답고 빛난 것으로만 생각하는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이기가 쉽습니다. 인생은 그 자체가 무상한 것임을 뻐저리게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자가 성숙한 자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때 우리는 이 무상한 인생에 그 무엇을 기대하는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이 무상한 인생 자체에 희망을 두는 삶에서 벗어나 새해에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3. 우리 날을 계수해야 합니다.
모세는 자기의 날을 계수하는 것을 지혜의 마음을 얻는 것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날을 센다`는 것은 살아온 세월의 의미를 깨닫고 살아갈 날들을 준비하되 인생의 나약함과 한계를 올바로 인식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삶의 태도를 가리킵니다. 모세는 12절에서 우리 날 계수함을 주께서 가르쳐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이 이러한 점임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13-17절에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데 이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힘입는 것만이 인생을 바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분깆ㅁ에 서 있는 자는 누구나 자신의 나이를 계수합니다. 그리고 작년의 나이에 하나를 더하는 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