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정

  조회수 : 536    / 등록일 : 2006-09-06   / 출처(저자) : 국민일보 겨자씨


옛날 어느 고을에 어린 나이로 시집을 온 며느리가 있었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솥에 쌀을
안치고는 며느리에게 불을 때라고 이르고 잠시 밖으로 일을 보러 나갔다. 며느리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장난을 하면서 불을 때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깜짝 놀라
솥뚜껑을 열어 보니 밥이 쌔까맣게 타 있었다. 식구들의 한 끼니를 고스란히 망쳐 놓은 것이다.
며느리는 그만 부엌 바닥이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 그때 외출했다가 돌아온 시어머니가 엉엉
울고 있는 며느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얘야, 무슨 일이냐?"
며느리는 차마 대답을 못하고 손으로 솥을 가리키며 계속 울었다. 시어머니는 솥뚜껑을
열어보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며느리를 다독였다.
"괜찮다. 내가 늙어서 눈이 어둡다 보니 밥물을 잘못 안쳤구나."
조금 뒤 아들이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말했다.
"아이쿠. 아침에 내가 귀찮아서 물을 조금만 길어다 놓았더니 물이 적어서 그랬군요.
제 잘못이에요."
조금 뒤 또 시아버지가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보았다. 며느리는 바닥에 앉아 울고 있고
부인과 아들이 서로 자기 잘못이라고 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부인에게서
사정을 다 듣고 난 시아버지는 또 이렇게 말했다.
" 다 그만 둬라. 내 잘못이다. 늙은 내가 아침에 근련이 부쳐서 장작을 굵게 패 놓고
말았더니 불이 너무 과해서 그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