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앵무새

  조회수 : 668    / 등록일 : 2006-09-06   / 출처(저자) : TV동화 행복한 세상3


어머니는 벌써 몇 년째 앓아누워만 계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쪽진 뒤 우리 남매를 불러 앉혔습니다. 어머니는 마치 먼 여행이라도 떠나려는
사람처럼 슬픈 얼굴이었습니다.
"정수야, 누나를 부탁한다. 네가 누나의 목소리가 돼줘야 해. 그럴꺼지?"
"엄마,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어머니는 말 못하는 누나가 마음에 걸려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다며 나의 손을 꼭 잡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며칠 뒤 우리 남매의 손을 그렇게 하나로 맞잡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먼 친척의 도움으로 야간고등학교를 겨우 마친 나는
거울에 직장을 얻어 상경했고, 누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혹처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온 나는 누나가 집에 앵무새 한 마리를
들여놓고 동네 아이들을 불러다가 무엇인가 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주주… 주… 주우…"
앵무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아이들도 뭐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은 그 후로도 며칠이나 반복됐습니다.
"주욱…주욱…"
천식환자처럼 그렁그렁 대는 앵무새는 그날부터 내 늦잠을 방해하고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누나! 제발 저 앵무새 좀 치워 버릴 수 없어?"
나는 누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나는 내 성화를 못들은 체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 생일…추카…생일…추카!!"
앵무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누나가 건네준 카드에는 단정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생일 축하!
목소리가 없는 누나가 난생 처음 내게 들려준 말이었습니다.
앵무새에게 그 한 마디를 훈련시키기 위해 누나는 그렇게 여러 날 비밀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나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입안 가득 미역국을 퍼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