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얼굴, 더 넓어진 마음

  조회수 : 687    / 등록일 : 2007-07-11   / 출처(저자) : [동아일보 자료실]


"20년간이나 예쁜 얼굴로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이지선 씨(26)는 요즘 바쁘지만 행복하다.
TV로 방송된 `인간극장-지선아 사랑해` 방송이후 참 많은 것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그녀의 홈ㅍ이지가 수많은 방문자로 터져나갈지경이다.
방송 이후 홈페이지의 누적 방ㅁㄴ객은 200만 명을 넘어셨다.
4000여 통의 메일이 쏟아진 날도 있다.
나중에는 가족들이랑 나누어서 메일을 읽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전까지는 지선씨를 보고 화들짝 놀라거나 "어쩌다 그렇게 됐지, 쯧쯧" 하면서 혀를 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내 얼굴이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해도 바깥에 나가면 저절로 위취되곤 했어요. 하도 만이들 쳐다보셔서 나중에는 `내가 연예인이 됐다고 생각하자` 고 맘먹을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방송 후부터는 저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따뜻해졌어요."

7개월간의 입원.11차례수술
`인간극장`에서 방송된 내용처럼, 지선 씨는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4학년이던 2000녀 7월 여름 큰 사고를 당했다.
오빠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주운전 차에 부딪힌 것, 차에 불이 나는 바람에 지선 씨는 몸의 55%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의료진들이 "가망 없다"며 치료도 안할 정도였다고. 7개월간의 입원, 또 일본으로 건너가 받은 11차례의수술로 많이 회복되었지만 예쁘던, 정말 예쁘던 얼굴을 되찾지는 못했다.
"인간극장 팀들이 처음 오셨을 때 기획 콘티를 짜 오셨는데 그걸 보고 막 웃었어요. 제목이 `울지 마 지선아` 였거든요. 제가 밝은 척,씩씩한 척 살지만 남몰래 혼자서 울고, 가족들도 눈물 흘리고 그럴 줄 알았나봐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제가 안 울잖아요. 오히려 시트콤처럼 막 장난치고, 까불고 하니까 제작진 아저씨들이 고민 끝에 제목을 `지선아 사랑해`로 바꾸신 거예요. 한 달 동안 촬영하다 일본에 갔을 때 딱한 번 울었는데 그때 제작진들이 무척 좋아하더라고요."(웃음)
그 자신의 말처럼 지선 씨는 밝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턱막힐 만큼 무서운 사고를 당했지만, 그리고 그 사고의 여파로 지체장에 3급 판정을 받았지만 더 이상 지선 씨는 사고에 얽매여 있지 않다.
"저는 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다행히 사고 당시를 잘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사고 이야기 꺼내는 걸 별로 힘들어하지 않고요, 남들은 몸이 힘든 만큼 마음도 고생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저는 몸이 아픈 게 힘들었지 마음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사고로 제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고요.오히려 그때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지선 씨는 담담하게, 아니 명랑하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당당하고 밝은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꿈을 향한 도전
유아교육과를 졸업했지만 사고를 계기로 지선 씨의 꿈은 약간 바뀌었다.
"사고로 장애인이 되면 그 사실은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 한국의 병원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환자의 심리적 상실감이나 분노를 살펴주지 않는 거죠. 외국의 병원들은 이런 환자들에게 심리치료를 병행한다고 해요. 저 역시 아파봤기 때문에 아픈사람 심정을 잘 알거든요.
그래서 상담 심리를 공부해서 전문적인 상담가가 되고 싶어요."
사실 지선 씨를 만나기 전까지 기자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인터뷰하기를 힘들어하면 어떡하나 등등.
그러나 실제 만나본 지선 씨는 예상처럼 불행하지도 힘어어하지도 않았다.
건강하고 씩씩했다. 지선 씨가 이렇게 강해진 데에는 신앙의 힘이 크다.
지선 씨도 사고 전까지 성가대 활동을 했다. 기차가 조심스럽게 "어차피 뺏아갈 거면 왜 예쁜 얼굴을 주셨는지 신이 원망스럽지 않냐`고 묻자 지선 씨는
"20년 동안이나 예쁜 얼굴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지선 씨네 집을 나오면서 기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괜히 쑥스러워 담아둔 말을 못하고 머쓱하게 악수만 하고 나왔다.
지면에서라도 꼭 하고 싶다. "지선씨, 당신 참 멋진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