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바쁘지만 한 숟갈만 뜨고 가세요."
지구 반대편까지 여행할 남편을 굶겨 보내기가 안쓰러웠던지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조반을 준비해 놓은 아내가 말했다. 나는 밥을 국에 말아 후루룩 먹어 치우고 차에 올랐다.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공항에 도착하여 20분쯤은 여유가 있으리라. 약 15분 쯤 운전을 했을 때다. 길이 꽉 막히더니 차가 꼼짝을 안한다.
대형사고가 난 모양이다. 한 자리에서 무려 3시간이나 서 있었다. 여행 스케줄을 다음날로 조정하고 방송국에 가서 미처 끝내지 못한 녹음을 마무리 지엇다. 교통 사고가 없었다면 녹음이 마음에 걸려 여행기간 내내 언짢은 기분이 되었겠지? 감사한일이다.
다음날 새벽, 공항에서의 일이다. 항공사 직원이 말한다.
"어떤 좌석을 드릴까요?"
"가능하면 통로 쪽 좌석을 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여권을 보여 주십시오. 아니 이건 당신 부인거군요."
되받아 보니 아내 것이 분명했다. 내 여권을 넣어두는 서랍에 얼마 전 여행을 다녀 온 아내가 자기 것도 넣어 두었던 모양이다. 그걸 알리 없는 나는 으레 내 것 인줄로만 알고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런 실수는 처음이다. 그것도 이틀씩이나 비행기를 못 타다니. 씁쓸한 기분으로 발길을 되돌리면서 문득 얼마 전 처형을 여의고 홀아비가 된 동서를 머리에 떠올렸다.
"그래, 집사람이 있기에 이런 실수도 한거야."
건강한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가하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작은 감사가 쌓여 큰 감사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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