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 때, 이상재 선생이 독립 운동하던 중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며칠 동안
심한 고문을 받을 때의 일이다.
일본 경찰은 그에게 독립 운동 활동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이 있는 곳을
대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그는 모진 고문 속에서도 자세 하나 흐트러짐 없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악랄하기로 소문난 우에노찌 일본인 검사가 그를 심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에노찌 검사가 오자 그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이상재 선생이 그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우에노찌 검사는 그가 모진 고문에 지쳐 마침내 사실을 말하려나 보다 생각했다.
이상재 선생은 두 팔을 들고 손바닥을 우에노찌 검사에게 내밀었다.
"내 두 손을 합쳐 주시오."
우에노찌 검사는 어리둥절해하며 손바닥을 붙여 주었다. 그러자 이상재 선생이
이번에는 두 손바닥을 떼어 달라고 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우에노찌가 다시 그렇게
해주며 선생에게 성급하게 말했다.
"이제 그만 뜸을 들이고, 당신이 아까 하려던 말을 하시오."
그러자 이상재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금방 보았듯이 이 두 손처럼 무엇이든 한 번 붙으면 떨어지는 것이 바른
이치라오. 일본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오. 이제 두 나라가 그만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소이다. 그러니 당신들이야말로 이처럼 세상의 순리에 따르는
게 좋을 거요. 내가 당신에게 해줄 말은 이뿐이오."
우에노찌 검사는 이상재 선생의 대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심문할 수 도 없었다.
[마음에 여백을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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