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자장면 한 그릇

  조회수 : 656    / 등록일 : 2008-04-15   / 출처(저자) : 크리스천 인용 백과사전


종로에 있는 한 중국집은 맛이 없으면 돈을 안받는다.
그 집에 어느 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간 뒤라 식당에는 청녀 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아이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한 눈에 보아도 참 허름한 차림새였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말 그대로 북두 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주었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께서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해 모처럼 데리고 나온 길인 듯 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 쯤 먹었을 때, 주인이 주방 쪽에 대고 말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새 나왔다. 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맞는 것 같네. 이래가지고 손님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 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 그는 허리를 깊숙히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이 별로 맛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음에 들러 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는 할아버지가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고...고맙구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면서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인은 말없이 환하게 웃었다.

[이야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