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뼈

  조회수 : 762    / 등록일 : 2008-04-23   / 출처(저자) : 크리스천 인용 백과사전


한 성인이 제자들과 함께 사람들의 뼈가 산더미처럼 쌓인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미 오랜 과거에 한 차례의 무서운 전란이 휩쓸고 지나간 곳이 분명했다. 어쨌든 살아 있을 때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 고생하던 사람, 예쁜 사람, 미운 사람 등 숱한 사람의 뼈가 모인 셈이었다.
문득 성인은 지나치지 않고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마른 뼈 무더기 앞에 자기 몸을 굽혀 공손히 절을 했다. 스승이 절을 하는 모습을 본 제자들이 물었다.
"아니, 숱한 사람이 존경하는 스승님께서 어찌하여 이 보잘 것 없는 마른 뼈에 절을 올리십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다.
"이 한 무더기의 뼈는 나의 전생의 오랜 조상이거나 부모님의 뼈일 수도 있기에 내가 지금 절을 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너희 중 누가 여기서 여자의 뼈를 가려낼 수 있겠느냐?"
제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누구도 선뜻 나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때 성인이 숱한 뼈들 가운데 뼈 하나를 골라 쳐들고서 말했다.
"자, 이 뼈가 바로 여자의 것이다."
"스승님, 어찌 그것을 아십니까?"
"남자의 뼈는 희고, 여자의 뼈는 검고 가벼우니라. 여자의 삶을 생각해 보아라.
어려서는 여자이기에 남자보다 대접을 받지 못한다. 결혼하여 아기를 낳을 때마다 서 말 서 되나 되는 엉킨 피를 쏟고, 그렇게 태어난 아기를 키울 때 여덟 섬 너 말이나 되는 흰 젖을 먹이는 까닭으로 여자의 뼈는 검고 가벼우니라."
제자들은 성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어머니들의 고난에 찬 삶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분의 지혜. 꿈꾸는 돌] 고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