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가 건물에서 작은 지물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오후, 노 부부가 함께 벽지를 사러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어서오세요. 벽지 사시게요?" 한눈에 보기에도 두 노인은 금술 좋은 한 쌍이었습니다.
"뭐가 좋을까...당신이 골라보구려."
"내가 뭘 알아. 할멈이 골라. 당신이 좋으면 되지."
노 부부는 서로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며 밀거니 당기거니 즐거운 실랑이를 한참 하더니 결국 할머니 마음에 드는 벽지를 골랐습니다.
"이건 어때유 영감?"
"좋구먼. 허허..."
"이쁜 걸 고르셨네요. 그런데, 도배해 줄 사람은 있구요?"
"우리 둘이 하지유."
그 연세에 도배를 손수 하신다니...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실 것 같아 걱정이 되었지만 서로 한 귀퉁이씩 맞들고 하면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나는 쉬엄쉬엄 하시라 말하고 카트에 벽지를 실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찍 할아버지가 가게 문 앞에서 문이 열기만을 기다리며 계셨습니다.
"어머...벽지가 모자랐나요?"
할아버지는 머리를 긁적이며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다 붙었어요. 허허허." 벽자가 다 붙었다니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할아버지는 자초지정를 털어놓았습니다. 사연인즉 할아버지가 힘들까 봐 할머니가 새벽같이 일어나 벽지에 풀을 발라 차곡차곡 겹쳐 놓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고 일어나 바로 바를 수 있게 말입니다. 그러니 벽지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할아버지는 풀칠 해 놓은 벽지를 떼려 했지만 찢어지고 구겨져서 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뭐가 잘못됐는지 깨닫고 무안해 어쩔 줄 모르는 할머니를 달래느라 혼났다며 할아버지는 어제 사 간 벽지와 똑같은 걸 다시 달라고 했습니다. 새로 벽지를 사들고 멀어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할아버지에 대한 할머니의 고운 마음처럼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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