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가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를 원했다. 그곳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책과 음악에 젖어 사는 것이 그가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 온 꿈이었다. 작가는 솜씨가 좋다는 건축가를 찾아가 자신이 생각해온 집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쁘고, 앙증맞고, 편리하고, 멋있고, 우아하고, 따뜻하고..."
오랫동안 꿈꿔온 만큼 주문사항도 많았지만 딱히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어서 작가는 무조건 이런 형용사들만 동원해서 설명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집을 지어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러자 건축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집은 못 짓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작가의 꿈은 산산이 무너졌다.
`어떻게 가꿔온 꿈인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서는 작가에게 건축가는 한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먼저 작은 수첩을 하나 사세요. 그래서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거기에 써보세요. 커다란 원칙도 좋고 아주 자잘한 세부사항도 좋아요. 또 잡지에 나온 사진 가운데 멋있는 집이 있다 싶으면 그 사진을 오려서 붙여두세요. 그렇게 해서 몇 달쯤 지나면 그 수첩을 제게 가져와 보세요. 그러면 제가 아니라 그 어느 건축가라도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집을 지어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 길로 작가는 수첩을 하나 샀다. 그리고는 생각날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되는 집에 대한 주문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화려하기보다는 견고할 것.`
`거실은 천장이 높아야 하고 햇볕을 온화하게 받아들이게 할 것.`
`계단은 턱이 높지 않아야 할 것.`
`창문은 가능한 커다랗게 만들어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게 할 것.`
`집안 가득 나무향이 배어나오게 할 것.`
`베란다에는 작은 화분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둘 것.`
`지붕은 너무 뾰족하지 않은 완만한 각도의 삼각형으로 만들어 작은 다락방이 생기도록 할 것.` 등등.
몇 달 후 작가는 그동안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것과 똑같은 멋진 집을 강줄기와 산줄기가 마주치는 곳에 지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시작은 작은 수첩 하나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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