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 칸의 매

  조회수 : 579    / 등록일 : 2012-09-04   / 출처(저자) : 이솝 우화


칭기즈 칸은 위대한 왕이었다. 그가 사냥하기 위해 어느 날 아침 숲 속을 말을 타고 달렸다. 그의 뒤를 수많은 신하들이 따랐다. 왕의 팔목에는 왕이 아끼는 매가 앉아 있었다. 매는 사냥할 때 꼭 필요한 새였기 때문이다.
종일토록 왕 일행은 짐승을 찾아다녔으나 수확이 신통치 않았다. 해가 저물 무렵에 하는 수 없이 일행은 궁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때 왕은 지름길을 택하기로 했다. 그는 숲 속을 자기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었다. 한참 동안 달리다가 심한 갈증을 느낀 그는 샘물을 찾았다. 그러나 늘 철철 흐르던 그 샘이 말라 있었다. 게다가 너무 빨리 혼자 달린 탓에 주변에 신하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매도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었다.
가만히 둘레를 살펴보니 천만다행으로 머리 위의 바위틈으로 맑은 물이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왕은 물잔을 꺼내어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았다. 한참 후에야 간신히 물잔에 물이 거의 찼다. 그는 물잔을 입가에 대고 마시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서인가 매가 날아와서 그 물잔을 주둥이로 치고는 다시 하늘로 날아갔다. 왕은 땅바닥에 떨어진 잔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러나 잔이 입가에 닿을락 말락 할 무렵에 또다시 매가 날아와서 잔을 엎어놓고 날아갔다.
화를 억지로 참으면서 왕은 다시 잔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는 왕이 물을 마시려는 순간 다시 잔을 주둥이로 쳤다. 평소 왕이었다면 그처럼 충실하고 훈련을 잘 받은 매가 왜 그러는지 의심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왕은 분별을 잃었다. 네 번째로 매가 물을 못 마시게 하자 왕은 매를 칼로 찔러 죽였다. 그러는 사이에 물잔까지 잃은 왕은 하는 수 없이 물줄기를 따라 바위를 기어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과연 고인 물이 있었다. 거기서부터 물이 바위틈을 따라 한 방울씩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땅 위에 엎드려서 물을 마시려다 보니 물 속에 굉장히 큰 독사가 한 마리 죽어 있었다. 그제야 그는 매가 독물을 못 마시게 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다시 바위를 타고 밑으로 내려온 다음에 죽은 매를 어루만지면서 맹세했다.
"오늘 나는 매우 쓰라린 교훈을 배웠다. 앞으로 나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홧김에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