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행동

  조회수 : 638    / 등록일 : 2012-09-11   / 출처(저자) : 파란구슬, 김승전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장에서 10명의 사람이 거실에 모였다. 그 10명 중에 한 사람이 창밖을 보면 말했다. 창밖에서는 조금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습니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요."
그때 다른 한 사람이 말을 받아 길게 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무조건 기다릴 수 없어요. 지금 마을에는 우리를 위해 여기까지 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 우리 스스로 마을까지 가야 합니다. 비를 맞지 않으면서 가야 해요."
그때 누군가가 또 말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에게는 비를 피하며 마을까지 갈 뾰족한 방법이 없다구요. 우산도 없고 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이때 맨 처음에 말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합시다.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합시다. 그래서 마을까지 비를 피하며 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으세요. 그 방법을 찾는 사람은 자기 짐을 갖고 이곳에 다시 모이는 겁니다. 그 후에 각자의 방법을 듣고 그 가운데 하나를 택해서 실행에 옮기기로 합시다."
10명은 모두 이에 동의했다.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최선의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까지 몰아쳤다. 10개의 방에서 유리창이 모두 닫혔고, 마을로 가는 방법은 열릴 줄을 몰랐다. 별장의 현관문은 바람으로 큰 소리를 내며 열리기도 하고 또 닫히기도 했다. 그래서 10명의 깊고도 얕은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그들은 어둠이 완전히 내리기 전까지 마을에 가야 했다. 그래야 그곳에서 도시로 나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마을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비를 맞으며 갈 수는 없었다. 짐을 들고 가는 데도 힘이 몹시 드는데, 남자는 그렇다고 해도 여자에게는 무리였다. 10명중에 반이 남자고 반이 여자였던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거실로 사람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가 더 지나자 9명이 거실로 모여 앉았다. 그들 모두는 이제 한 사람만 나타나면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10명 가운데 5명의 여자와 4명의 남자가 마지막 사람이 나타나길 초조하게 기다렸다. 밖에서는 비가 더 굵어졌고 바람도 더 세차게 불었다.
그들은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생각에 잠긴 채 한 사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때 별장 현관문이 활짝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거실로 밀려들었다. 사람들은 마침내 현관문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바람이 아니었다. 그들 9명 앞에는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던 마지막 차례의 한 사람이 비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뒤에는 몇 명의 마을 사람도 보였다. 9명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동시에 물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우리는 당신이 좋은 생각을 갖고 방에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새파랗게 변한 입술을 통해 비에 젖은 목소리가 거실로 퍼졌다.
"나는 여러분이 각자 방으로 들어간 직후에 마을로 떠났습니다. 유리창문을 닫으며 결정을 내렸지요. 자, 이제 우리 모두 마을로 갑시다. 지금 움직여도 막차는 탈 수 있습니다. 여자분들의 짐을 들어줄 마을 사람도 데리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