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미소

  조회수 : 557    / 등록일 : 2012-09-12   / 출처(저자) : 요한과 더불어, 이재철


제가 미국 뉴욕에서 의과대학을 마친 뒤, 뉴욕 시립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깊은 한밤중에 교통사고 환자 하나가 구급차에 실려 들어왔습니다. 아, 얼마나 잘생기고 건강한 십대 소년이었던지! 그런데 그는 이미 뇌사 상태에 빠져 있어서, 여러 의사가 달려들어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 회생 불가능의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알고 보니, 소년은 유명한 고등학교의 미식축구 선수였고, 크리스천 가정의 외아들이었습니다. 부모들이 병원으로 달려왔을 때, 그날 밤의 팀장인 의사가 "이제 건강한 아들의 눈과 장기를 누군에겐가 주는 한 가지 일만 남아 있습니다"하고 알려 주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동안 눈물로 기도한 뒤에 아들의 장기를 이식하라고 허락했습니다. 그날 밤의 그 사고는 너무 돌발적인 일이었고, 수혜자를 찾아보니 그것도 쉽게 연결되지 않아 의사 팀은 퍽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지명된 대상은 너무도 엉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흑인 마약 범죄자로 수없이 교도소에 드나들던 죄수였습니다. 신장을 비롯하여 내장이 엉망이 되어 위태로운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하도 기가 막혀서 팀장인 선배 의사에게 항의하듯 말했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소년의 생명을 그런 파렴치한 인간에게 주다니……. 너무도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이런 생명과 이런 수고를 준다 한들, 밖으로 나가면 또 범죄나 저지를 것 아닙니까?"
그러나 팀장은 묵묵하게 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계속해서 분개하며 불평을 했습니다. 그러자 선배 의사는 정색을 하고 제 앞에 섰습니다.
"형제여, 우리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막을 권리가 없소. 이 마약 범죄자가 우리 눈에는 쓰레기 같지만, 하나님께는 그도 또한 아들이오. 이 때와 이 기회는 하나님 그분만의 것이고, 또 이 마약 범죄자가 남은 생명을 어떻게 쓸는지 우리는 알 수 없소.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공평한 존재인 것이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도구로 일하는 것 뿐이오."
장기 이식 수술을 끝냈을 때 아침이 왔습니다. 아침 햇빛 속에 누워 있는 흑인 환자의 얼굴에서 저는 하나님의 미소를 발견했습니다.(뉴욕에서 의사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