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조회수 : 620    / 등록일 : 2012-09-20   / 출처(저자) : 영성과 삶


퇴근시간 즈음에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다녔다. 나도 이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다. 그 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고 할아버지 한 분을 시작으로 중년 아저씨 한 분,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다. 작은 처마 밑은 사람들로 금세 꽉 찼다.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줌마 한 분이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대열로 덥석 뛰어들었다.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덩치로 우리 대열에 끼어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 나갔다. 그 청년은 비를 맞으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쭉 훑어보았다. 모두들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척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한마디하셨다.
"젊은이,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다. 한 사오 분쯤 지났을까. 아까 그 청년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비닐우산 5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다.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그리곤 그 청년이 말했다.
"세상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쓰고 총총히 제 갈 길을 갔다. 그러나 `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하고 말한 할아버지만이 한참 동안을 고개를 숙이고 계시더니 우산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장대비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