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으로 만든 출근부

  조회수 : 930    / 등록일 : 2012-09-24   / 출처(저자) : 우리 사는 이야기


평범한 가정주부인 오 씨의 집에는 달력마다 깨알 같은 글씨들이 적혀 있다. 자세히 보면 글씨가 아니라 날짜를 알리는 달력이 숫자 바로 밑에 몇 시 몇 분을 알리는 아라비아 숫자들이 적혀 있는 것이다.
그것도 날마다 꼬박 꼬박 두 종류의 시간이 적혀 있다. 대략 이런 식이다.
`2일 7시 51분, 8시 24분`
`3일 7시 49분, 8시 18분`
`4일 7시 57분, 8시 27분`
그러다가 일요일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하나도 없고 날짜 아래에 빈 공간만 남아 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쯤에서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달력의 날짜마다 기록되어 있는 시간은 이 집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을 본인들이 직접 기록해놓은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이 집의 아이가 둘이라는 뜻이 된다. 먼저 적은 시간이 큰 아들의 등교시간이고 나중에 적은 것은 둘째 아들의 등교시간이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 집의 두 아들은 얼마 전부터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등교시간을 달력에 기록하고 있다. 하루하루 기록한 등교시간을 보면 간혹 늦잠을 자다가 지각을 하는 날도 보이고 그 전날 지각을 했다는 일종의 죄책감을 털어버리기 위해 그 다음날은 너무 일찍 집을 나서는 경우도 보인다. 결국 이것은 달력으로 만든 일종의 `출근부`인 셈이다.
오 씨는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지혜롭게 관리하고 아껴 쓰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한 달 동안의 등교시간을 종합해서 시간을 잘 지킨 아이에게는 상품을 주고 반대로 시간을 허비하거나 게으름을 피운 아이에게는 벌칙을 주기로 약속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서로 경쟁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기들 스스로 달력에 등교시간을 쓰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는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달력으로 등교시간을 체크한 후부터 아이들은 시간을 아껴 쓰는 데 습관이 들여져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덕분에 오씨는 시간을 잘 지켜준 아이들에게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준 기억은 있어도 호되게 벌을 준 기억은 한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