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이 전공인 우리나라 교수 한 사람이 자신의 연구에 꼭 필요한 참고문헌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갔다. 그는 곧 자기가 찾는 문헌이 영국 박물관내에 있는 국립도서관에 있음을 알고는 그리로 향했다. 도서관 앞에는 `대학교수는 도서관 출입이 제한 없이 허용된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이는 곧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제한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는 문헌을 얻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왔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사무원이 자신의 말을 믿어줄까라는 의심을 품은 채 자기소개를 하고 출입증의 발급을 요청했다.
"증명서나 신분증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증명서는 아니라도 대학교수임을 밝히는 무슨 증빙서류라도 가진 게 있습니까?"
계속되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현재로선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엄연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사무원은 처음 보는 한국인에게 정중한 태도로 출입증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자신의 말만 믿고 출입증을 내준 것에 놀란 그 교수는 출입증을 받고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출입증에는 유효기간이 자그마치 5년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사무원은 교수의 말을 철썩 같이 믿은 것이다. 누구를 믿는다는 것, 더구나 말을 믿는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우리는 자신을 믿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기뻐한다. 서로 믿고, 믿어주는 일이 특별한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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