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대나무 대, 참나무 참, 하늘 하 ...
옛날 강원도에 소금 장수가 있었는데 이 분은 지게에다가 소금을 지고 동
네마다 다니면서 쌀도 얻어오고, 곡식도 얻어오고, 산속에있는 꿀도 얻어오
고 그렇게 장사를 했습니다. 그 날도 소금을 지고 골짝 골짝을 찾아다니며
"소금 사시오!" 하면서 소금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소금을 팔
다가 더워서 지게를 나무 그늘에 내려놓고 쉬고 있는데 그 동네 나무 그늘
에 장기를 두고 있던 나이 많은 노인이 소금 장수를 보고 "소금 장수, ?이리 좀 오시오." 보니까 소금 살 분 같지도 않은데 가까이 갔습니다.
"어르신, 부르셨습니까?"
"다른게 아니라 나는 한양 이 진사댁에서 머슴으로 있다가 이곳으로 와서 ?마을을 개척한 사람이요. 토지가 넓고 땅이 좋아 이제 우리가 부족함 없이 ?잘살고 있소만 내가 어릴 때 보니까 그 이 진사댁 도령님이 글 공부를 하러 ?늘 다니던데 이제 우리 자손들도 글공부를 좀 시키려고 하오. 소금 장수 당
신이 어디 글을 잘 가르치는 선생이 있으면 한 분 추천해 주시지 않겠소? ?당신이야 조선 팔도를 안 다니는데 없이 다녔으니 잘 알것 아니요?" 소금 ?장수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보니 산 속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뿐
인데 내가 소금을 팔러 다니지 말고 여기서 글 공부를 가르치는 훈장이 되
어서 대접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즉시 말을 받
아서 "사실은 옛날에 나도 한양에서 글 공부를 가르친 사람인데 나라가 어
지러운 바람에 그만 나 자신을 속이고 소금을 팔러 다니고 있습니다." 아,
그러니까 동네 어른들이 참 잘되었다고 너무 좋와하면서 이제부터 우리 동
네에 서당을 지을 테니까 동네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소금 장수가 금방 허락하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조금 사양하는 척 하다가 결
국은 허락을 했습니다.
그 날부터 동네 회의가 벌어져 서당을 짓고 거기다 훈장님 계실 집도 마
련 했습니다. 소금 장수에게는 좋은 명주 바지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해서
입히고 아주 좋은 갓을 씌우고 대접을 했습니다. 소금 장수가 음식이며 술
을 잘 얻어 먹고 아주 평안하게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이제 서당이 다 지어
져서 요즘말로 개교식을 했습니다.
개교식을 한 뒤 그 다음 날 아이들이 한 열 댓명 와서 글을 배운다고 앉
아 있는데 무식한 소금 장수가 뭘 알아야 가르치지요. 기가 막히지만 이왕
나온김에 일을 해야지, 그냥 머물러설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껌뻑 껌뻑 하고 있다가
"따라해라."
"네."
"소나무 소."
"소나무 소."
"문턱 문."
"문턱 문."
"담뱃대 담."
"담뱃대 담."
"오늘은 이 세가지만 배운다 집에 가서 복습해 오너라."
아이들이 글을 배우니까 얼마나 좋은지 "소나무 소, 문턱 문, 담뱃대담." ?금방 다 외웠으니까 전교생이 전부가 만점 이었습니다.
"지게 지, 갓 갓, 하늘 하. 오늘도 세가지 다 외워 보아라."아이들이 나가
서"지게 지, 갓 갓, 하늘 하." 그 조그만 산골 동네에 글 공부 붐이 일어났
습니다. 그래 물동이 이고가는 아주머니들도
"우리도 글 공부 못하란 법이 있나 아이들한테 좀 배워 보자." 학교가 얼
마나 아름답게 잘 되어가는지요. 그러니까 동네 어른들은 훈장님 수고하신
다고 아침 저녁으로 고기 갖다 바치지요, 떡 해다 주지요, 방석 갖다 주지
요, 아뭏든 갖가지로 대접을 받으면서 나날이 학생들의 실력은 늘어가기 시
작 했습니다. 그 다음날 또 옵니다."대나무 대, 참나무 참..."하옇든 쭉배
웁니다. 그러니까 농부들도 "호미 호, 지게 지." 하면서 잘 배웠습니다.그
동네 전체가 완전히 아침이 되면 글 읽는 소리로 가득하고 물론 책도 없고
눈 감고서도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그런데 밑천없는 선생이 한 육개월 ?정도 하니까 바닥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지난번에는 '참나무 참'하더니 이번에는 왜 '참나무 나'라고 합
니까?"
밑천이 떨어져 놓으니까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놈들아 그럴 수도 있다."
"아, 그렇습니까?"
"봐라, 참나무 참도 맞고 참나무 나도 맞다. 그러니 참 쉽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선생님을 너무 너무 좋와하고, 또 틈틈이 소금장수 하면서 ?전국을 다닐 때 보고 온 요즘말로 하면 기행담이라고 하나요? 관광했던 ?얘기들을 쭉 해주면 아이들은 구수하게 듣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이 훈장님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꼬리가 길면 밟히
는 법 내가 이 정도로 만족 해야지. 욕심을 더 부리다가 탄로가 나면 나는
내 명에 못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에 학생들이 왔습
니다. "얘들아, 내가 오늘은 몸이 불편하니까 일찍 마치고 돌아가라"하고 ?학생들을 일찍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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