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은천국]공동체를 위한 글 자료 30
그 사람은 '인간연구소'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인간연구소' 소
장한테 부탁하였다. "현대인 가운데 보통 사람 하나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소장이 쾌히 승낙하였다. "좋습니다. 그 사람의 각 지
체에 대한 슬라이드를 보여 드리지요." 이내 건너편 벽에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에 비춰진 것은 눈동자였다. 그런데 그 눈동자가 너무도 한
심스러웠다. 그저 무심한 구름처럼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반짝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먹이나 사치품이 나타날
때뿐이었다.
다음에는 코가 나타났다. 악취가 스며들면 싸쥐고, 고기 굽는 냄
새나 향수냄새를 따라 나서는 코. 그 코는 가슴속 깊은 내면의 향
기는 몰라보는 저질의 코였다.
다음에 나타난 것은 귀였다. 그런데 그 귀 또한 눈이나 코에 비
해 하등 나을 것이 없었다. 우스개 소리에나 솔깃하고, 험담에나
기울어지고.
그 중에서도 문제는 입이었다. 화면에 나타난 그 입은 아무데서
나 벌어지는 것이었다. 좀 무거워 주었으면 하였으나 한시도 가만
히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입을 향해 쯧쯧 하고 혀를 찼다. 빙그레 미소지으며 침
묵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는 경멸의 빛을 띄고 물어 보았다. "도
대체 저 눈 코 입 귀는 누구의 것입니까 ?"
'인간연구소' 소장이 서류를 들여다 보며 대답했다. "주민등록
번호가 12345-678910 사람입니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주민등록번호는 바로 자기
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채봉님의 생각하는 동화 '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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