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조회수 : 227    / 등록일 :    / 출처(저자) : 조선일보


제목 : <> 만 <> 물 <> 상 <>

옛날에 한 스님이 자기 제자들이 얼마나 정직한가를 시험해보기로 했
다. 그래서 제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에 길
을 걷다가 돈이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를 줍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한 제자가 대답했다. {저는 돈 주인을 찾아 당장 돌려 주겠습니다.}
[그는 너무 쉽게 대답했다. 그러니 정말로 그가 돈을 돌려줄 것인지 자못
의심스러워진다.] 이렇게 스님은 생각했다.

두번째 제자가 대답하길 {그 주머니를 주울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냥 그 돈을 갖겠습니다.}스님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저 애는 솔직한
혀를 갖고 있지만 못된 가슴을 가고 있다.].

세번째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돈을 그냥 갖
고싶은 유혹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 그런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내
려 주십사고부처님에게 기도하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 애야말로 내
가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제자다] 라고 스님은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돈 중에도 제일 탐스러운게 공돈이다.
그러나 공돈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뒤탈이 따르는 공돈도 있
다. 언젠가 선과 악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받자 소설가 헤밍웨이는
대답하길 {뒷 맛이 좋은 것이 선이고 뒷맛이 쓴 것이 악이다.} 요즈음 우
리나라에서는 뒤탈이 나면 악이요 뒤탈이 없으면 선이 된다고들 한다.

최근에 뒤탈이 나는 공돈을 받았다는 국회의원의 명단이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정치가들이 꽤나 많다고 한다. 이
제는 걸려 들면 악이요 안 걸려 들면 선이 되는가 보다.

발행일 : 95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