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조회수 : 214    / 등록일 :    / 출처(저자) : 조선일보



제목 : >>><><<< 만 물 상 >>><><<<


서양인들은 그들의 정치가 민주주의의 교과서인양 곧잘 내세운다. 과
연 영국 의회제도나 운영방식은 오랜 민주적 전통의 소산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칼날같은 주장과 도도한 웅변이 있는가하면, 끈질긴 협상과 타
협,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도 빼놓을수 없다. 이 모든 것이 간단없는
유머와 재치로 잘 양념되면 그냥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미국 정치나 의회도 그 화려함이나 변화무쌍한 다양함으로 호가 나
있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너무 큰 탓인지 영국처럼 절묘한 맛은 덜한 듯
하다. 그런 정치 선진국에서 최근 한 정치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네
동양 정서로는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싸움이다.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와 민주당의 백악관이 치열한 예산싸움
에 몰입, 연방정부가 연5일째 가동을 중지하는 전례없는 사태에 빠져 있
다. 도대체 예산 절충이 안된다고 연방정부가 기능을 무기한 정지하는
사태로까지 방치하다니 이해가 갈리 없다.

우리같으면 정부와 국회의 무능을 규탄하는 여론때문에 어느쪽도 오
래 버티기 어려울텐데, 클린턴이나 미국 의회는 도무지 요지부동이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건 이 위험하고 무모해 보이는 힘겨루기가 애
당초엔 클린턴과 깅리치 하원의장간의, 이른바 비행기내 홀대 사건에서
부터 증폭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 장례에 참석하고 오는 길에 클린턴과 동승한
깅리치와 돌 의원이 심한 모욕을 당했다는 이야기다. 내년 대통령 선거
를 내다본 전초전이라지만 아무튼 선진정치도 가끔 차원 낮은 진흙탕 싸
움을 보여주니 재미있다.

발행일 : 95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