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아랫목

  조회수 : 354    / 등록일 :    / 출처(저자) : KCM모음


제목 : 뜨끈한 아랫목
주제 : 온돌 한국 문화

눈이 소복히 쌓인 오두막, 마당 한 켠에 오롯이 앉아있는 크고
작은 장독들, 미끄러질듯 말듯 초가지붕에 동그랗게 걸려있는 호박
덩쿨. 이 정겨운 풍경은 한국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슴 한구석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한국만의 모습이다. 추운 겨울이건만 이 정경
이 따스하게 다가오는 것은 오두막속의 은돌방, 그 뜨끈한 아랫목
이 함께 연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온돌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구당서'의 고구려전에서
볼 수 있다. `모두 띠풀로 지붕을 이고 겨울에는 장항을 만들어 그
항하에 불을 때어 방을 덮힌다.` 항은 중국말로 온돌을 일컫는데 이
기록으로 보아 7세기 중엽 이전부터 온돌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
다.
온돌은 중국북부와 여진족이 살았던 심양일대에도 분포되어 있
었다. 그러나 이 지역들이 고조선이나 고구려의 영토였던 것으로
온돌문과권은 곧 한국의 문화영역을 그어주는 경계선이었던 것이
다. 온돌은 불을 때는 아궁이, 방밑에 화기가 통하게 하는 구들고
래, 연기를 빠지게 하는 굴뚝으로 구성된다. 즉 아궁이를 통해 받아
들인 열이 구들장에 모아져 서서히 복사열을 방출함으로써 방바닥
과 방안을 덮히는 난방구조가 바로 온돌인 것이다.
한국의 의식주 생할문화 전반의 뿌리가 온돌방 구조에 걸쳐 있
다고 할 만큼 우리의 공동연대감에 큰 몫을 차지해온 것이 온돌이
다.
옛날 좋은 며느리의 우열을 가릴 때 며느리가 지어내오는 밥상
의 훈기 여부를 따졌는데, 그 기준이 바로 아랫목이었다. `아랫목
온기를 밑돌아도 아니 되고 웃돌아서도 안된다'는 가르침에서 온돌
이 식생활에까지 영향을 크게 끼첬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국문화권에서는 속옷이 그리 발달되지 않았는데 이 점도 온돌과 연
관지을 수 있다. 서서히 덥혀지면서 온기가 올라오는 온돌 방바닥,
그 온기를 체온과 중화시키는 데에 있어 겹옷이란 거추장스러울 뿐
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민족이 유난히 촉각 문화가 발
달된 것도 늘상 온돌바닥과 함께 지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홍수처럼 밀려들어온 서양문화의 `서는 문화' 가 우리에
게도 깊이 스며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무의식풍에 의자에
한 발을 올려 얹거니 곧잘 두 발을 교차시키곤 하는데 이것은 결코
점잖치 못한 행동이 아니라 우리의 `앉는 문화'의 습성인 것이다.
온돌방 구조에서 뿌리내린 한민족의 훈훈한 가족애, 할머니의
옛이야기, 화롯불, 군밤 등은 카드속에나 있는 전설이 아니다. 이것
은 옛날을 추억하는 부모님들이 그리고 이민으로 먼 타향땅에서 고
국을 그리워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추
억으로 삼고 있는 계속되고 있는 건강한 문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