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해서

  조회수 : 204    / 등록일 :    / 출처(저자) : KCM모음



제목 : 아버지를 위해서
주제 : 효도 아버지

나가이 다카시는 일본의 선구적인 핵의학자였다. 1949년 나가사키
의과 대학 교수로 연구에 전념하고 있던 그는 그해 8월 투하된 원
자폭탄으로 원폭피해자가 되어 일생을 백혈병과 원자병으로 고생하
였다. 아내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병든 몸으로 세이이치와 가야노,
두 남매를 돌봐야 했으나 아이들은 아버지의 바램에 어긋남 없이
잘자라 주었다.
가야노가 국민학교에 입학한지 3주가 지난 어느날이었다. 학교시
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있던 나가
이는 슬슬 걱정이 되었다. 어린것이 무슨 사고라도 당하지 않았을
까 하는 걱정에 자꾸만 몸을 뒤척이고 있는데 대문 밖에서 아이 소
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다른날 같았으면 우
당탕 소리를 내며 문을 열어젖히고 밝게 웃으며 들어왔을텐데 그날
따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나가이
는 침대에서 간신히 일어나 창문밖을 내다보았다. 아이는 무언가를
들고 그것을 쳐다보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후 마루위로 올라온 가야노의 발자욱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가 한 걸음을 땔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이는 생
각했다.
'저런 걸음으로 왔으니 5분도 안되는 거리가 30분은 족히 걸렸겠
군...'
가야노는 방문 밖에서 손에 들고 온 것을 내려놓고 방문을 열더
니 다시 그것을 들고 천천히 침대 가까이로 다가왔다. 가야노의 이
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아버지, 이것 받으세요." 가
야노는 천천히 아버지의 손에 그것을 넘겨주었다. 가야노가 내민
것은 파인애플 쥬스였다. 작은 컵에 든 쥬스는 채 두 모금도 안될
것 같았다. 긴장이 풀어진 아들은 숨을 몰아 쉬었다. ``오늘 급식에
나온 쥬스인데요. 조금 마셔보니 맛이 너무 좋아 가져 왔어요. 그런
데 가져오다가 조금 흘렸어요. 아버지 얼른 잡수세요."
아들의 성화에 파인애플 쥬스를 마시는 나가이는 목이 메어 채
반을 마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