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서산 억새꽃
주제 : 환경 억새꽃 자연사랑
억새꽃이 아름다운 오서산 아래 서 있습니다. 산도 아름답지만,
산까지 오른 길이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산까지 다다르는 풍경도 아
름다웠지만, 이곳에 와야겠다 마음먹은 순간 모든 것이 아름다워진
것을 압니다.
차령산맥의 끄트머리. 엄지발톱처럼 고개를 들고 서 있는 오서산!
지문같은 산자락들이 뻘 넓은 서해로 감돌아드는 곳에 오서산은
우뚝 솟아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산 아래에 서서, 올라가야 할 봉우리를 우러러봅니다.
그러면 가슴에 산만한 공간이 생기며 잡목숲과 희미한 바위들이 꽉
들어찹니다. 산에 오르며, 그 잡목이며 바윗덩어리를 제자리에 내려
놓을 것입니다. 캐비넷처럼 지고 온 마음속 쓰레기도 슬금슬금 내
려놓으며 산에 오를 것입니다.
억새꽃처럼 쓸쓸하게 흔들리면서 먼 바다와 빛나는 세상을 내려다
보는 일, 얼마나 좋겠습니까?
산 중턱에 오르니 미루나무 두 그루가 벌써 이파리를 떨군 채 서
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이 곳에 사는 것을 보니, 분명
사람이 살았던 곳이거나 지금도 누군가 텃밭을 일구며 빨래처럼 깨
끗하게 살고 있겠다 싶습니다. 길 모틔이를 벗어나자 늙은 느티나
무 뿌리 위에 오두막이 한 채 놓여 있습니다. 두목의 [산챙]이란 싯
귀절이 떠오릅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내외가 이곳에서 토종벌을 키우고 계십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짓는 연기를 올려 구름을 만드는 것도 그분들의 일
인듯 싶습니다. 그런데 왠일입니까? 마당 한귀퉁이에 쓰레기더미가
수북합니다. 등산객들이 이곳에 몰래몰래 버리고 가서, 요즈음은 그
걸 태우는 것 또한 큰 일거리가 되었다며 혀를 차십니다. 장날이면
그을린 깡통과 유리병을 지고 내려가는 일 또한 골칫거리라며 헛기
침을 놓으십니다. 슬며시 방안을 엿보니 라디오 한대가 문화 생활
의 전부인듯 싶습니다. 이곳까지 세상소식을 퍼올리기가 어려운지,
등에 지고 있는 건전지가 농게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 고무줄 칭
칭 감겨 있는 건전지가, 쓰레기를 지고 내려가는 그 분의 뒷모습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채마밭 가운데로
나있는 작은 길입니다. 등산로를 벗어난 사람들이 그곳에 지름길을
낸 것입니다. 몇 발자국의 수고로움을 벗으려 그곳에 딱딱하게 길
을 낸 것이지요.
정상을 올라가도 오늘은 맑아질 것같지 않습니다. 수많은 침을
다스려 꿀을 따는 그분들의 머리칼에서 흰구름 인다는 생각이 듭니
다. 맑게 가을하늘을 비질하는 억새꽃이 그분들의 마음에서 활짝
피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려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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