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차칸에서 만난 아가씨
주제: 소경 극복 만남
기차여행 중 나는 혼자 객실에 앉아 있었다. 로하나에서 한
소녀가 기차에 올라타는 소리가 들렸다. 기차가 역을 막 벗어나
기 시작했을 때 나는 소녀에게 '데흐라둔까지 곧장 가실겁니까?'라
고 말을 건넸다. 순간 소녀는 놀란 소리를 냈다. 아마도 내가 어둑
어둑한 구석쪽에 앉아 있었나 보다. `좋은 시력을 가진 사람들도 종
종 볼 것이 너무 많아 차기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곤 하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저도 처음엔 아가씨가 있는 걸 몰랐답니다. 잠시 나는 앞올 보
지 못한 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을까 궁리해보았다. 그러자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사하란뿌르에서 내려요. 이모님이 마중나오실 거예요. 선생
님은 어디까지 가세요?` 나는 데흐라둔에서 다시 무쑤리로 간다고
대답했다. "어머나, 무쑤리는 정말 가고 싶은 곳이예요" 나는 앞
을 볼 수 있었던 지난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래요. 언
덕은 온통 야생 다알리아로 덮여 있고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죠." 소
녀는 아무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창
밖은 어떻습니까?'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창밖을 보시지 그러세요? 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나는 좌석을 따라 쉽게 자리를 옮겨 창턱이 느껴지는 곳에
앉아 짐짓 바깥 풍경을 살피는 척했다. 나는 점점 대담해졌다. `땅
신의 얼굴은 사람들이 관심을 쏟도록 만듭니다.'` 그러자 소녀는 유
리알처럼 투명한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기분 좋은데요 사람들이
내게 예쁘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당신은 역시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군. 하지만 당신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의 짧았던 만남을 잊어버리겠지....' `당신
은 정말 남자다운 분이시군요. 그런데 왜 그리 심각하세요?' 예쁜
소녀가 물었다.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곧 당신이 내릴 정거장에
닿을 테니까요."
잠시 후 기적소리가 날카롭게 들리고 기차는 천천히 정거장에
멈춰섰다. 짐꾼과 행상들의 시끌벅적한 소리 가운데 객실 입구에서
한 여인이 한껏 목소리를 높여 누군가를 찾았다. 틀림없이 소녀의
이모이리라.
``안녕히 가세요." 소녀는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너무 가
까와서 소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겨나는 향수냄새가 더욱 나의 애를
태욋다. 그러나 소녀는 가버렸다. 머물렀던 자리에 향수냄새만을 남
기고.
다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방 내린 분처럼 매력적인
눈동자가 못되서 미안합니다." 한 남자가 먼저 말을 건넸다. `멋진
아가씨였죠. 그녀는 긴 머리인가요?` 그는 당황하며 말했다. ``글쎄
요 난 너무 아름다운 눈에 정신이 팔려서... 하지만 그 아가씨는 눈
이 멀었더군요. 그걸 몰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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