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불행한 때일수록
참고성경본문 : 시 15:4 잠 31:10-14 단 6:26
1905년 을사 5조약이 체결되었을 때 '을사 5조약 취소' 상소
항쟁을 하다가 일본 헌병대에 투옥된 이건석이란 유생이 있었
다. 그에게는 천씨 성을 가진 소실이 있었는데, 그녀는 남편이
구속당하자 엄동설한에 두꺼운 솜옷 한 벌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날마다 조석 밤참을 차입한 후 식사가 끝나기를 옥 밖에서 기다
렸다가 빈그릇을 가지고 갔다. 그녀는 맨발에 홑옷을 입고 손발
이 얼어 터지고 문드러져 살점이 떨어질 지경인데도 한 끼도 거
르는 일이 없었고 동네빨래품과 방아품을 팔아 그 품삯으로 쌀
을 장만하여 식사를 제 때에 차입했다. 그 지극한 정성을 반
년을 하루같이 변함이 없었다.
남편이 옥중 단식을 했을 적에도 그녀는 옥중 밖에서 날마다 울
면서 속히 석방되기를 축수했다.
그녀는 친척이나 친구들이 "남의 첩노릇을 할 바에야 호의호
식하고 몸편히 사는게 당연한데 자네는 그 고생이니 빨리 마음
을 고쳐개가하게나"하고 권하면 "내가 사모하는 건 의(의)뿐이
지 부귀와영화는 바라지 않는다. 그 사람과 여러 해 동거하다
가 불행히 그가화를 만나 생사를 알수 없는 지금, 내가 마땅히
의를 지켜 몸과마음을 바쳐서 끝까지 그를 돌보는 게 마땅합니
다. 불행을 틈타서두 마음을 갖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
다"라며 정색하였다.
그녀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이건석이 옥중에서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동서로 다니며 두루 주선하여 소렴과 대렴, 입관 제반
절차를 빈틈없이 거행하였다. 그리고 빈소를 차리고 홀로 지키며
슬퍼하였다. 그녀의 이같은 절의는 민중들에게 높이 칭송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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