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에 최선 다하는 사람

  조회수 : 898    / 등록일 : 2006-10-24   / 출처(저자) : 데일리안신문/2006-10-14


자기 일에 최선 다하는 사람, 그 사람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삶에 몰두해라 그러면 달인 된다.

요즘 교양프로 중에 사람들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게 있다. 그것은 ‘생활 달인’이다. 우리생활 가운데 숨겨져 있는 달인. 그 달인들을 보고나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 노력에 탐복 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성이라 한다.

음악의 최고 경지는 악성이요.
글씨의 최고 경지는 서성이요.
바둑의 최고 경지는 기성이요.
그림의 최고 경지는 화성이요.
시인의 최고 경지는 시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은 신성하다는 뜻이다. 갓 태어난 새끼 제비들 중에서 어느 제비의 발육 상태가 가장 좋을까? 이 문제는 이른바 ‘ 연소성의 법치’만 알고 있으면 쉽게 풀 수 있다. ‘연소성’이란 문자 그대로 제비 둥지 속에서 작용하는 일정한 법칙을 말하는데, 어미 제비가 물고 온 먹이를 가장 많이 받아먹고 제일 튼튼하게 잘 자라는 놈은 입을 가장 크게 벌리면서 가장 큰 소리로 짹짹거리는 새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녀석이 생존에 있어서 최적자라는 논리가 된다.

히말라야 높은 지대에 살고 있는 고산족들에게는 한 가지 특이한 풍습이 있다. 서로 양을 매매할 때는 양의 키나 몸무게에 따라 값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양의 성질에 따라 값을 매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성질을 테스트하는 방법이 참 재미있다.
양을 살 사람과 팔 사람이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가파른 산비탈 중간쯤에 양을 몰고 올라가 풀어놓는다. 그때 비탈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풀을 뜯어먹는 양은 비록 키가 작고 깡말랐더라도 값이 비싸고, 풀을 뜯으며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양은 아무리 몸집이 크고 살이 쪘어도 값을 덜 친다.

왜 그럴까? 상향성 양에게는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풀을 뜯을 넓은 산허리의 미래가 있다. 이와 달리 하향성 양은 현재는 힘이 안 들고 수월하지만, 협곡 바닥에 이르러서 는 굶어 죽기 때문이다. 이 히말라야의 흥정 풍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화와 기계화의 현기증 나는 변화로 말미암아 오늘 우리 사회는 간편하고 안이하고 수월할수록 가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자꾸자꾸 ‘아래’로만 풀을 뜯어내려 가는 하향성 양들만 계속 늘어난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그림을 남긴 화가는 과연 누구일까? <게르니카>로 잘 알려진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다. 그는 누구보다도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일생동안 그가 남긴 그림과 조각과 도자기를 합치면 무려 15만 12점이나 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남들은 모두 그를 모방하며 뒤따르기에 바빴다. 세계 미술사에서 그는 단연 일등을 달린 화가였다. 그는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철두철미하게 작품에만 몰두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자기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진정 아름답고 성스럽기까지 하다.

발명가 에디슨의 일화집에도 이런 애기가 나온다. 언제나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에만 몰두하는 에디슨이 너무 딱해 보여 하루는 그의 부인이 좀 쉬기를 권했다.
“당신 편한 데 가서, 푹 좀 쉬도록 하세요” 부인의 간곡한 이 말에 “응 ,그러지”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 에디슨은 그 길로 바로 자기 실험실로 들어가 버렸다. 하도 어이가 없었던지 부인이 또다시 “편안 한 데 가서 좀 푹 쉬시라니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더란다. “나는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게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쉬는 거야. 아니, 이보다 더 좋은 휴식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에디슨에게는 일 자체가 가장 편안한 휴식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연구를 해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아예 없었다. 물론 명예를 얻기 위해 실험을 했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에게 있어서 실험은 그에게는 마치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처럼 그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카네기의 자서전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에 파묻혀 정신없이 살아가는 카네기에게 하루는 친구가 “여보게, 그 돈 다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 열심인가? 제발 좀 쉬어 가며 하게”라고 하자 카네기의 대뜸“나는 지금 이렇게 쉬고 있지 않은가. 이 이상 어떻게 더 편안하게 쉴 수 있단 말인가. 일보다 더 재미있고 편안한 게 세상에 또 어디 있느냐고?” 하더란다. 카네기도 일 그 자체를 즐겼던 것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 찾아서 ’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 만드는 ’ 재주를 가진 이들이 아닐까 여겨진다. 비록 그 일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말이다. 이런 이들은 그냥 앉아서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