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때 사람 고응척은 어려서부터 오기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행여나 자기를 깔보는 듯한 말을 들으면 무슨 수를 쓰던 그 일을 꼭 해내고야 마는 성미였는데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 무시를 당하곤 했다.
그는 열일곱 살에 장가를 들면서부터 더 공부를 멀리하자 주위 사람들이 놀려 댔다.
"아내 곁을 안 떠나는 것을 보니까, 공부 잘하기는 영 틀렸다."
이런 말을 듣게 된 그는 곧장 도끼를 지고 뒷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베어다가 손수 토담집을 한 칸 만들었다. 한쪽 벽에 겨우 조그마한 구멍이 위아래로 뚫려 있을 뿐 나가고 들어갈 문도 없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그러한 집이었다.
위의 구멍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마련한 것이었고, 밑의 구멍은 음식등을
들이고 낼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었다.
그는 그 곳에 들어앉아 꼼짝 않고 공부에 열중하면서 1년 넘도록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온 집안 식구들과 이웃에서까지 음식을 장만해 놓고 나오기를 청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그는 매번 "나를 식충이로 만들 작정이오?"
하고 거절하는가 하면, 친구가 보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하면 토담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이렇게 쫓아 버렸다.
"이제 얼굴을 봤으니 돌아가게. 각자 공부나 열심히 하는 게 좋아."
[이야기 명심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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